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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뎀나무' 시가 현대계간문학 2022년 겨울호에 실렸습니다

'로뎀나무' 시가 현대계간문학 2022년 겨울호에 실렸습니다. 로뎀나무 땅은 피부가 말라 푸석푸석하고 돌은 제 살을 깎아 먹어 삐쭉빼쭉해 햇볕도 기진맥진하는 척박한 광야에 뿌리를 깊게 내려 곤경을 극복하고 생명이 파릇하게 솟아올랐다 구름이 삼킨 산은 아득히 멀고 비는 소리를 내지 않아 황량해 풀 한 포기도 숨을 못 쉬는 광야에 오아시스에서 갈증을 해소한 가지들이 활기차게 쭉쭉 뻗어 오르고 바늘잎들이 나비들을 생기 있게 수놓았다 광풍에 쫓겨 걸음을 채찍질하며 더위로 뒤범벅되어 비틀비틀하던 행려가 햇볕도 더위에 지쳐 나무 아래서 쉬는 그늘에 기대어 안식을 얻는다 황량한 광야의 생사의 갈림길에서 끈덕진 생명력으로 곁에 있다

카테고리 없음 2022.12.17

꽁트 '군대 이야기'가 동인지 가온누리 3호(2022년)에 수록되었습니다.

꽁트 '군대 이야기'가 동인지 가온누리 3호(2022년)에 수록되었습니다. 꽁트 군대 이야기 전화위복 용산역에 대기하고 있는 입영 열차 안은 논산훈련소로 가기 위해 승차한 사람들로 들끓었다. 플랫폼에도 입대하는 사람을 배웅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언제 고무신을 거꾸로 신을지 모르지만 눈물을 흘리는 애인, 아들을 걱정해서 우는 엄마, 응원하는 친구 등이었다. 최사명도 입대하기 위해 입영 열차 객실에 서 있었다. 승차 시간 보다 일찍 왔는데도 빈자리는 없었고, 제시간이 되자 삼분의 일 정도가 서 있었다. 앉아 있는 사람이나 서 있는 사람이나 대부분 굳은 표정이었고 옆 사람과는 서먹해했다. 최사명은 결연한 표정으로 지난 삼 개월을 회고하고 있었는데, 제시간이 훨씬 지나도 입영 열차는 출발하지 않았다. 한 시..

카테고리 없음 2022.11.26

'저녁놀' '호밀밭' 두 편의 시가 동인지 가온누리 3호(2022년)에 수록되었습니다

'저녁놀' '호밀밭' 두 편의 시가 동인지 가온누리 3호(2022년)에 수록되었습니다. 저녁놀 낮이 불타서 화톳불이 번져 가는 하늘가에 난연(赧然)한 시간이 숨죽인 채 침묵한다 경계를 넘나들던 바람은 잔잔하고 구름을 태우며 고즈넉한 향연을 펼친다 섬섬옥수로 빚은 비단결을 드리우고 충혈된 눈으로 목도하는 자태가 숙연하다 긴장이 풀려 퍼더앉은 낙조가 저녁을 채색하고 경각에 달린 하루를 위해 채혈한다 파란곡절 하루를 화려하게 장식하며 황혼에 물비늘이 물결 따라 일렁여도 마지막 순간까지 고상함을 지킨다 꺼지기 직전의 저녁놀에 불살라진 산과 들과 바다가 검게 타 버리고 사윈 구름이 재가 된다 하늘가에 남겨진 설핏한 실핏줄이 마지막까지 여운을 남긴다 호밀밭 비탈을 미끄럼질해 내려온 햇살을 먹고 영글어 가는 초록빛이..

카테고리 없음 2022.11.26

'인물화' '현수막' '들의 백합화' 세 편의 시가 동인지 시와 수필의 香 5호(2022년)에 수록되었습니다

'인물화' '현수막' '들의 백합화' 세 편의 시가 동인지 시와 수필의 香 5호(2022년)에 수록되었습니다 인물화 백지상태에 그의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었다 도화지와 연필과 붓의 밀회가 그의 시간을 만들어 냈다 시간이 그를 그리며 순백의 살결이 아롱져 갈 때 시간은 변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현실이 점철된 과거를 터치하며 속마음이 드러났다 세상을 마주한 이목구비가 낮과 밤의 각도와 기울기에 따라 변모되고 명암이 뚜렷해졌다 시간이 퇴색되며 안색이 극명한 차이를 나타내었다 이목구비에 이때까지 목격한 장면과 간질인 소리와 내뱉은 말과 세상의 냄새가 배어 있다 내면과 세상이 부딪쳐 경계가 깨졌다 잘났다 못났다 편견이 내재되고 덧셈이 뺄셈이 되고 곱셈이 나눗셈이 되는 시간이 멈추어 있다 현수막 혹이 난 돌부리에 ..

카테고리 없음 2022.11.04

'처서' '커피로스터스 카페의 한잔' 두 편의 시가 '문학한국' 2022년 10⸱11월호에 실렸습니다

'처서' '커피로스터스 카페의 한잔' 두 편의 시가 '문학한국' 2022년 10⸱11월호에 실렸습니다 처서 아침저녁으로 더위가 이불에 접히고 여름의 발뒤꿈치가 문지방에 걸린다 금싸라기 땅을 잠기게 했던 굵은 빗줄기의 종아리가 가늘어져 미약한 파동이 인다 여름내 더위 먹은 짐을 등에 짊어지고 휘청거리는 발걸음이 논두렁을 어술렁거린다 하늘을 검게 물들인 천둥소리에 놀란 매미의 비명이 나무껍질에 붙박이고 색바람이 솜사탕을 살살 퍼트려 풀잎에게 회초리 맞은 귀뚜라미가 서곡을 연주한다 이삭이 팬 벼가 머리에 든 게 많아 겸손해지는 논에 여름에 그을린 참새 떼가 가을을 펄럭이고 십자가를 몸에 지닌 허수아비가 목발을 짚고 고군분투한다 여름도 더위에 지쳐 그늘에서 한숨 돌리고 펄럭이는 바람을 맞으며 땀을 식힌다 뒷다리..

카테고리 없음 2022.11.02

화분, 《현대계간문학》2022 여름호 신인문학상 소설부문 당선작

화분 정분녀 여사가 바깥벽에 붙은 단조 화분대에서 거실로 화분들을 옮긴 것은 오래전이다. 그 화분들은 가끔 시장에서 사 온 작은 화분들이고, 큰 화분들은 거실에 있었다. 큰 화분들에는 산세비에리아, 앤슈리엄, 베고니아, 철쭉, 양란 등이 자라고 있다. 정분녀 여사는 그 꽃들의 이름을 다 알지 못한다. 굳이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화초가 잘 자라고 꽃이 핀 것을 보며 즐거워하고, 아침저녁으로 잎사귀를 여닫는 것을 보고 신기해할 뿐이다. 단조 화분대는 7년여 전에 이 집으로 이사 온 후 작은아들이 설치한 것이고, 양란은 작년 봄에 생일을 맞았을 때 큰아들이 선물한 것이다. 특이하게 한 작은 화분에는 큰 화분에서 자라고 있는 화초의 가지를 잘라 심어 놓은 것이 있는데, 뿌리 없이도 자라고 꽃까지 피웠다. 그 ..

카테고리 없음 2022.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