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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 고엽/ 약수터/ 겨울 꽃/ 김명석/ 詩의 끈을 풀다

하나님의 은혜로 '나목' '고엽' '약수터' '겨울 꽃' 4편의 시가 '詩의 끈을 풀다' 4호에 수록되었습니다. 나목 나뭇잎이 불타서 뼈만 남은 나뭇가지에 숨넘어가는 마른 잎이 고독하게 매달렸다 화려함 뒤에 감추어졌던 이면이 풍상을 몸소 겪으며 겨울빛으로 달랜다 야위어 바람이 불어도 소리는 들리지 않고 둥지는 회향을 품고 텅 비었다 남은 것은 적나라한 생채기뿐이라 햇볕마저 온기가 얼어붙어 차갑고 찬바람이 휘돌아 마른 잎의 목을 조인다 된서리를 맞아 낙향한 낙엽은 뿌리를 찾고 심장이 뛰는 뿌리의 원기가 동맥을 타고 모세혈관에 퍼져 재봉춘할 꿈을 꾼다 차가운 시간 속에서의 기다림은 길고도 길어 그리움이 허공에 매여 붙박였다 사지가 마비되어 기억상실증에 걸려 추억은 낙엽 속에서 썩어 가고 맨몸으로 맨손을 뻗어..

카테고리 없음 2023.05.13

지진/ 고객 센터와 기대 수명/ 김명석/ 문학한국

하나님의 은혜로 문학한국 2023년 4⸱5월호에 '지진' '고객 센터와 기대 수명' 두 편의 시가 게재되었습니다. 지진 음모가 지하 깊은 곳에 숨어 있어 두 세력이 팽팽하게 맞서다가 삐끗해 분노가 폭발 와르르 붕괴되었다 새로운 지각 변동의 파급력으로 오랜 전통과 문화를 지켜 냈던 최후의 보루와 아성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순진하게 믿었던 안식과 희망의 집이 주저앉고 앞길을 인도하던 도로가 파괴되어 사망과 이재가 폐허에서 숨죽였다 통곡과 눈물이 폐허를 적시고 텐트촌에서 빵과 수프로 연명하는 와중에도 땅속에서 솟아난 인간의 본성이 상점과 빈 집과 자동차를 털고 어린아이조차 죄의식 없이 약탈을 자행했다 암울한 중에도 구호의 손길은 이어지고 구조는 포기하지 않았다 추위와 굶주림 속에 골든타임이 지나서도 생환하는 기..

카테고리 없음 2023.05.08

잊히지 않는 숫자/ 김명석/ 중부일보

하나님의 은혜로 '잊히지 않는 숫자' 시가 중부일보에 실렸습니다. [시의향기] 잊히지 않는 숫자 기자명 김명석 입력 2023.04.26 17:31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나이를 거꾸로 먹으니 여유가 생기고 한결 젊어졌네 아이가 고개 넘던 시절에 비하면 길이 이곳저곳 갈라지고 울퉁불퉁 굴곡졌지만 나이를 헛먹었으니 공백이 줄어들었네 콧노래 부르는 실개천은 없어도 언덕길 골목골목에 장마가 지면 냇물이 흐르고 쌩쌩 달리는 스키장은 아니어도 동상 걸린 비탈길에서 미끄럼질하곤 했네 살얼음판에서 조심조심한다 하면서도 미끄러져 엉덩방아 찧었던 게 몇 번이었던가 초라한 옷을 입은 집이라도 꿈에 부풀었지만 길에선 의도치 않던 악몽이 많이 벌어졌네 잡초들이 목구멍에 풀칠하는 시장에선 생선 비린내와 과일 향이 얽히고설켜 빨아도 ..

카테고리 없음 2023.04.30

사마리아/ 김명석/ 월간문학

하나님의 은혜로 단편소설 가 월간문학(2023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 사마리아 “살아 있는 게 분명하지?” 검정 힙합모자를 쓴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녀석이 내뱉었다, “살았든 말든 뭐가 중요해? 누가 오기 전에 빨리 주머니 뒤져 봐.” 대장 행세하는 덩치 큰 녀석이 힙합모자의 등을 떠밀며 지시했다. 힙합모자는 정색하고 길가에 쓰러져 있는 장년의 주머니를 형사처럼 수색했다. 핏기가 가신 장년은 힙합모자의 손이 가슴팍을 파고들어도 미동도 없었다. 힙합모자는 미세한 고동만 느꼈다. 누런 잠바 안주머니에서 지폐 같은 게 집혔다. 힙합모자는 희색을 띠고 얼른 끄집어냈다. “에이, 그냥 종이잖아.” 힙합모자가 실망한 기색으로 투덜대며 종이를 펼쳐 보았다. 덩치가 호기심에 몸을 굽혀 기웃거렸다. 네 글자가 쓰여 ..

카테고리 없음 2023.04.29

어머니의 떡국/ 김명석/ 현대계간문학

하나님의 은혜로 '어머니의 떡국' 시가 2023년 봄호에 실렸습니다. 어머니의 떡국 정월 초하룻날 어슷썰기로 어머니의 허리가 서쪽 하늘가 초승달처럼 굽으셨네 일생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길을 걸어오시느라 허리가 기울고 무릎이 퇴행하였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도생의 길에서 어머니는 소화 못할 진수성찬보다는 손수 끓이신 떡국을 먹이시길 원하셨네 굽은 허리를 쑤시는 무릎으로 지탱하고서 거무스름한 손으로 흰떡을 끓이셨네 떡국에서 어머니의 냄새가 물씬 풍기네 텃밭이 고뿔에 걸려 고명이 소박해도 어머니가 손가위로 삭둑삭둑 자르신 갓김치 배추김치와 곁들인 맛은 모정이네 나이 먹어도 노모가 끓여 주신 떡국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복 중의 복이네 허리가 굽으신 어머니께 허리 굽혀 세배 드리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카테고리 없음 2023.04.01

시인⸱소설가 김명석 작가 '한국수필'로 등단(새수원신문, 서울뉴스통신)

[ UPDATED. 2023-03-31 11:29 (금) ] 시인⸱소설가 김명석 작가 '한국수필'로 등단 김명석 작가. 수원 시민인 김명석 작가가 신인상을 수상했다. 은 50년 전통의 한국수필가협회가 발간하는 월간지이다. 김명석 작가는 작년 여름에 시 부문과 단편소설 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는데, 1년 사이에 시와 소설과 수필 3개 장르에서 등단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최원현, 권남희, 김선화, 이방주 심사위원은 김명석 외 1인의 작품을 ‘ 2023년 4월호(통권 338호) 당선작으로 선정했는데, 김명석 작가의 당선작은 「어머니의 떡국」과 「버킷 리스트」 두 편이다. 최원현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은 “「버킷 리스트」는 싸아한 아픔을 느끼게 하면서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미소를 짓게 한다. 수필은 사실적 ..

카테고리 없음 2023.03.31

봄의 눈물

봄의 눈물 봄이 미소를 품고 다시 돌아왔는데 웃지 못하네요 오늘은 봄비가 꽃잎을 눈물로 적셔 봄꽃이 향기를 감추었네요 봄꽃은 막 피어 만발하려는데 어이 벌써 꽃이 졌나요 어릴 적부터 누님의 마음은 미소였고 말소리는 향기였는데 더는 느낄 수 없으니 슬프네요 누님의 미소와 말소리를 한 번이라도 더 느끼지 못한 게 한이지만 잊지 않고 그날까지 간직할래요 나그네 길에 풍파를 겪고 고된 심신을 이끌며 걷다가 안식을 얻으셨으니 울지 않을래요 하지만 속으론 한없이 우네요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셨겠어요 이젠 눈물이 말랐네요 봄도 오늘은 미소를 숨기고 눈물을 흘리네요

카테고리 없음 2023.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