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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 추미애/ 그린에세이 2025년 7,8월호

가위 술을 좋아하던 아빠가 간암으로 2년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후 우리 남매는 하나같이 가족력이 걱정되어 병원을 찾았었다. 신경을 많이 써서인지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었다. 마침 신랑 회사에서 종합 건강 검진을 받게 되었다. 몸이 안 좋고 나이가 들어서인지 우려가 되었다. 종합 건강 검진이 끝난 후 간호사가 남편과 나의 대장에서 용종을 두 개씩 떼어 냈으며 한 개씩은 떼어 내지 못했다고 전해 주었다. 그 이유는 일주일 후 전문의를 만나 들어 보라는 것이었다. 우리 부부는 전문의 상담을 예약한 후 집으로 돌아왔다. 사실 나는 30대 초반에 대장암을 앓았기에 덜컥 겁이 났다. 운이 좋아 초기에 발견해 항암 치료 없이 나았지만 5년 동안 대장 내시경 검사약을 복용했었기에 진저리가 났다. 일주일..

카테고리 없음 2025.07.12

살아 있는 동안/ 김명석/ 그린에세이(2025년 7,8월호)

살아 있는 동안 한때 “나는 왜 열성 인자만 가지고 태어났나?” 하는 심정을 토로했었다. 키가 작아 고등학생 때 2번을 넘어선 적이 없었다. 어떤 키 큰 친구는 키 작은 친구들을 잔챙이라고 놀려 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서는 부서장으로부터 난쟁이 똥자루라는 인격 모독까지 당했다. 우유를 먹으면 키가 큰다고 해서 20대에도 아침마다 동네 슈퍼에서 팩 우유를 사 먹기도 했었다. 키가 작으면 얼굴이라도 잘생기면 괜찮을 텐데 그렇지 못했다. 어릴 적부터 낮은데다 조금 벌렁한 코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수시로 손가락으로 외측비연골을 누르고 코를 잡아당겼다. 보통 키이고 코가 높은 아버지는 키가 더 크고 코가 좀 더 높았으면 좋을 텐데 하시곤 했었다. 그런 아버지보다 어머니의 유전 인..

카테고리 없음 2025.07.12

여권 사진/ 김명석/ '한국수필' 2025년 4월호

여권 사진 김명석   한 살 더 먹은 설 명절 연휴가 끝나자마자 댓바람에 우편집배원으로부터 여권을 전해 받았다. 그새 열 살 더 먹은 갱신한 여권이다.  여권 만료일이 목전이고 운전면허증도 갱신해야 하기에 신경이 쓰이던 차에 마침 구실이 생겨 마음먹었었다. 전날 밤 큰 사업을 하는 친구가 상의할 일이 있으니 내일 회사로 와 달라는 것이었다. 그 회사는 고색역 근처에 있는데 미팅을 마치고 그 역에서 지하철을 타면 용인운전면허시험장 인근의 신갈역에 단번에 가기에 다음 날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 구 여권과 운전면허증을 챙겼었다. 시간을 아끼는 나로서는 기왕 나가는 김에 시간 낭비 없이 모든 걸 한 번에 해결하고자 한 것이다.  고색역에 도착하니 이미 약속 시간이 지나고 그 회사를 찾는 데 헷갈렸지만 때마침 차..

카테고리 없음 2025.04.05

내 이름은 막내/ 추미애/ 미래시학 2025년 봄호

내 이름은 막내 추미애  어릴 적부터 나는 집안에서 막내로 불렸다.  나는 일란성 쌍둥이 자매의 첫째로 태어났다. 둘째였던 쌍둥이 동생은 불행히도 사산되었다. 나도 정상이 아닌 저체중아였고 발육도 너무 느리고 병치레를 많이 해 출생신고도 바로 하지 못하다가 엄마가 정성껏 약을 먹이며 정상아로 만들어 2년 뒤에야 할 수 있었다.  그러한 사유로 아빠는 때때로 쌍둥이 동생의 죽음이 안타깝고 아쉬워 살아 있었으면 나와 똑같이 생겼을 녀석이 하나 더 있어 좋았을 텐데 하시며 한탄하시곤 했었다. 그래서인지 3대 독자인 아빠는 무뚝뚝하지만 당신의 방식으로 어릴 적부터 나를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해 주셨다.  진짜 엄마가 낙태하기 위해 복용한 약 때문이었는지 엄마의 계단 구르기 때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엄마는 모든 것..

카테고리 없음 2025.03.26

올드 패션/ 김명석/ 문학리더스(2025년 봄호)

올드 패션김명석   서울을 떠나온 지 십오 년이 되었다. 수원으로 올 때만 해도 사십 대 중년이었는데 이제는 육십 대 초로다. 흘러간 세월만큼이나 서울이 멀게 느껴졌다. 특별한 때나 상경하지 발길이 잘 닿지 않다가 재작년부터 해마다 정기적으로 찾는 곳이 생겼다. 나이 먹다 보니 그전에는 겪지 못했던 병으로 인해 종로의 의원과 약국을 찾게 되었다. 예부터 종로는 금은방과 약국으로 유명했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종로의 약국을 찾는다. 일단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값이 싸기 때문이다. 이 년 전에 내가 수원의 약국에서 한 달 치 약을 사는 데 삼만 원이 든 것에 비하면 종로의 약국에서는 이만 원이 좀 넘게 들 뿐으로 삼분의 일 가량이 싸다. 종로의 약국에 비하면 수원의 약국은 약값이 반값이나 비싼 셈이..

카테고리 없음 2025.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