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구둣방 외 4편 김명석 허공을 빌려 지은 두 평짜리 구둣방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만 평의 전시관이 드넓게 펼쳐진다 수만 킬로미터의 고된 길을 걷고 달려온 구두들과 신발들 무거운 짐을 짊어진 어깨를 지탱해 온 가방들이 상처를 치료받고 시간도 잠시 쉬어가는 숲속의 펜션에서 요양하고 있다 김 씨가 메스를 가하고 봉합해 성형하고 나면 남녀노소의 삶이 반질반질 거듭난다 남녀노소가 옹기종기 모여 두런두런하는 소리 작은 문수 작은 가방은 욕심을 적게 가지라는 얘기고 큰 문수 큰 가방은 사랑과 희망을 많이 나누라는 얘기지 김 씨가 가위질한 헌 머리카락들이 풀숲을 이루고 다운증후군의 청년이 행복하게 웃는다 경비원이 없는 전시관에서 하나당 700만 원 꼴인 구두나 신발이나 가방을 하나만 훔쳐 가면 도둑이 아니다 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