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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시학> 2022년 여름호 신인문학상 당선시

행복 구둣방 외 4편 김명석 허공을 빌려 지은 두 평짜리 구둣방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만 평의 전시관이 드넓게 펼쳐진다 수만 킬로미터의 고된 길을 걷고 달려온 구두들과 신발들 무거운 짐을 짊어진 어깨를 지탱해 온 가방들이 상처를 치료받고 시간도 잠시 쉬어가는 숲속의 펜션에서 요양하고 있다 김 씨가 메스를 가하고 봉합해 성형하고 나면 남녀노소의 삶이 반질반질 거듭난다 남녀노소가 옹기종기 모여 두런두런하는 소리 작은 문수 작은 가방은 욕심을 적게 가지라는 얘기고 큰 문수 큰 가방은 사랑과 희망을 많이 나누라는 얘기지 김 씨가 가위질한 헌 머리카락들이 풀숲을 이루고 다운증후군의 청년이 행복하게 웃는다 경비원이 없는 전시관에서 하나당 700만 원 꼴인 구두나 신발이나 가방을 하나만 훔쳐 가면 도둑이 아니다 주인..

카테고리 없음 2022.06.21

‘미래시학’ 신인문학상 시부문 당선

김명석 시인 [사진=김명석] 경기도 수원시에 거주하는 김명석 시인이 계간 ‘미래시학’ 2022년 여름호 신인문학상 시 부문에 당선되었다. 당선작은 ‘행복 구둣방’ 외 4편이다. 심사위원인 안종환 시인과 한정원 시인은 서두에 “지 금 세계는 질병과 전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불안과 혼란은 가중되고 있는데, 시인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이상향을 위해 끊임없이 메시지를 보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적어도 작품을 통해 전쟁은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강변함으로써 독자가 느끼게 해야 한다”고 피 력하고, “김명석 당선인이 천착하고 있는 세계는 현실에 참여하는 주체자로서, 관찰자로 서, 시니컬하게 바라보는 고발자로서의 거시적이면서도 미시적인 렌즈 속 풍경으로 현실 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명석 시인은 “중학..

카테고리 없음 2022.05.31

인송문학촌 토문재(새수원신문)

시가있는마을/인송문학촌 토문재 기자명 김명석 시인 승인 2022.05.27 09:16 땅끝까지 가야 알 수 있는 인생길에서 거짓 없고 거저 주는 어진 자연 속에 깊고 넓은 바다와 우거진 산이 만든 터가 문화를 빚어내고 있다 해남 바다가 심호흡해서 토한 파도가 깊은 내면을 우거진 산이 마르지 않는 파릇한 영감을 큰 뜻을 품은 한옥에 채워준다 사계 속에 펼쳐지는 파노라마가 글과 필름과 그림에 녹아들어 창작이 해풍에 실려 하늘로 날아오른다 사철 푸른 소나무에 둥지를 튼 새들이 알을 낳고 새소리 솔향기에 취한 한옥이 밤낮없이 글을 토해낸다 새들의 기둥과 대들보가 된 한옥에 햇살이 비쳐 용마루가 반짝 서까래가 부채질해 문살이 씨실과 날실이 되어 툇마루에 플롯을 짠다 송종포구를 바라보는 정자에 꽃이 만발하고 따뜻한..

카테고리 없음 2022.05.28

『그가 나를 불렀다』를 읽고

『그가 나를 불렀다』를 읽고 ‘그’가 누구인지 내내 궁금했다. 으레 ‘그분’이라고 단정했다. ‘그’는 쉽게 드러나지 않았다. 계속 읽어 나가면서야 ‘그’가 누구인지 나름대로 유추하게 되었다. 중동 바위산 사구 능선 아라비아 사막의 환한 둥근달 속에서 서사적이면서 서정적인 파노라마가 전개되었다. 혹서와 혹한이 짜깁기 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날 수 있었다. 작가는 벼랑에 거꾸로 매달려 외로움을 타는 가마우지 남동생이 7살 때 두레박을 타고 내려가 정화한 깊은 우물에서 깨끗한 우물물을 길어 올리고 있었다. 그 우물에는 단서가 되는 많은 추억이 담겨 있었다. 작가는 이를 두고 삶의 오솔길에서 추억의 옹달샘 물을 길어 올리는 작업이라고 한다. 작가는 어린 시절 문간방에 살던 수줍은 계집아이 같은 노루귀꽃 갑순이..

카테고리 없음 2022.05.14

검은 미로(일간경기 홈페이지 4/8일자, 신문 4/13일자 문화면)

검은 미로 김명석 볕 들 날 없는 꼬불꼬불한 미로 안에 어린 새들에게 깃이 없다 꼬불꼬불한 미로에서 빛은 청맹과니가 된다 하얀빛이 막다른 골목에 부딪혀 피멍이 들고 검은빛이 된다 미로 안에는 KF94 마스크 먼지 쌓인 책걸상 낙서투성이 공책 검은 비닐봉지 라면봉지 배고픈 아동급식카드가 있다 뻐꾸기 어미 새는? 허기져서 좁아진 미로에서 어둠과 창자가 붙어 배곯는 소리가 난다 어린 새들이 꼬불꼬불한 미로를 양은 냄비에 넣는 틈에 어둠이 도시가스 관을 통해 침입한 코로나 블루에 불을 붙여 블루 불길이 치솟아 미로가 검은 수프에 휩싸인다 날개 없는 어린 새들이 종종걸음으로 절벽의 창문 없는 검은 창문을 통해 이소를 시도하기에는 미로가 검다 라면봉지 안에서 KF94 마스크 대신 산소마스크를 쓰고 라면처럼 꼬불꼬불..

카테고리 없음 2022.04.15

봄빛의 용인자연휴양림

봄빛의 용인자연휴양림 흙에서 태어나 흙이 그립고 모태의 내음 흙내가 좋다 여름도 시샘하는 무더운 봄 속을 달리며 산이 가까워질수록 품이 넓어진다 봄이 무르익을수록 숲은 본색을 드러내고 하늘을 닮아간다 푸른빛이 하늘로 오른다 풀숲에 푸른 머리칼이 다시 자라고 다산의 여왕 꽃나무들이 팔에 자식들을 조랑조랑 안는다 노랑나비들을 낳은 개나리 분홍나비들을 낳은 철쭉 하얀나비들을 낳은 벚나무 들이 꽃다발을 한 아름 안고 상춘객들을 환영한다 봄바람에 어미 품을 떠난 하얀나비들이 하늘하늘 날며 춤춘다 백목련은 하얀 드레스를 자목련은 자주 드레스를 입고 꿈에 그리던 사랑하는 신랑을 기다린다 계곡은 봄물을 물씬 실어 나르고 연못은 아지랑이를 피우며 봄소식을 알린다 땀 흘리며 산을 오를수록 하늘이 가까워지고 하늘의 맑은 공..

카테고리 없음 2022.04.14

식목일

식목일 성령의 검으로 가시떨기를 뽑아내고 돌밭을 갈아 좋은 땅에 겨자씨를 심습니다 기도가 겨자를 자라게 하는 비료가 되어 겨자가 육신보다 커져 믿음이 충만해집니다 좋은 땅도 게으르면 가시떨기와 돌밭이 되어 버리니 기도로 탐욕과 악행을 뽑아내고, 말씀과 선한 행실로써 겨자가 자라나 산같이 됩니다 밀알처럼 육신은 죽고 거듭난 영혼으로서 실상과 증거가 되어 씨앗을 심는 달란트의 사명을 다합니다

카테고리 없음 2022.04.05

그림은 구름처럼

그림은 구름처럼 그림은 구름처럼 그려 봐 하늘은 도화지고 바람은 붓이지 틀에 얽매이지 말고 자유롭게 그려 봐 바람 부는 대로 창작해 봐 하얀색이 필요하면 햇빛을 짜고 붉은색이 필요하면 사색하며 인내하다가 때가 되어 풀린 노을빛을 찍고 검은색이 필요하면 잠결에 물든 어둠으로 칠해 봐 파란색이 필요하면 하늘 그대로 두고 노란색이 필요하면 황혼이라도 쓸모 있지 달빛과 별빛으로 덧칠하면 운치가 있지 바람이 잔잔할 때는 부드럽게 바람이 거셀 때는 강렬하게 바람처럼 밤낮 그리다 보면 멋진 구름들이 그려지지 먹구름일지라도 단비가 될 때가 있지

카테고리 없음 2022.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