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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순 사모님의 ‘질그릇’을 읽고

솔랭코 2015. 11. 29. 18:33

이월순 사모님의 ‘질그릇’을 읽고 / 김명석


11월 14일 제10회 기독교문예 신인작품상 수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대전 기독교연합봉사회관 컨벤션홀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한 편의 수필집 ‘질그릇’을 선물받았다. 너무도 궁금하고 읽고 싶었으나, 나는 그동안 한 편의 소설집을 출간 준비 중인지라 시간을 못 내다 이번 주말을 이용해 '질그릇‘ 뚜껑을 열고 속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무남 막내 따님, 월순(月順)이라는 이름의 유래부터 시작된 익살과 해학이 어우러진 보은 대비동네의 어린 시절의 추억, 어머니의 냄새가 물씬해 새삼 나의 어머니를 그리워하게 한다. 또 학교 일을 들어주시던 아버지의 얘기가 평생 찬송가 한 번 안 부르시고 떠나신 나의 아버지를 생각나게 해 애통하다. 그래도 다섯 뙈기 대접봉 밭의 ‘쉬’로 매 맞아 베인 감칠맛 나는 고구마 얘기와, 검정 무쇠솥에 찌는 순박한 까투리 복숭아(돌복숭아) 얘기와, 다양하게 톡톡 튀는 ‘콩 튀듯 한다’는 얘기와, 친척들과의 에피소드 등이 어린 시절 시골 외갓집에서 놀던 추억에 젖게 하고, 그 시절의 여름밤 달이 세상 전등불에 대한 주님의 빛으로 대비되어 위안이 된다. 한편 시고 단단한 돌복숭아는 무쇠솥에서 물렁해지고 부드러워져야할 우리네 마음과 영혼 아닌가 싶다. 그리고 새침한 심보도 씻어내야 할 것 같다. ‘질그릇’ 깨지듯.

그 시절의 여자라는 운명, 여자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호스튼 여고 입학통지서를 받고도 가지 못해 마지막 학창으로 막을 내려야 했던, 마치 교도원의 장애자로 느껴지는 여자라는 운명이 너무도 가혹하고 아프게 여겨진다. 그리고 ‘여자와 사기그릇은 내돌리면 병’이라며 다른 남정네들과 말하지도 밖으로 나돌지도 말라는 새신랑의 회초리 시집살이, 노루실 양반의 겹살림 박대, 모두 극단적인 남존여비의 병폐다. 하지만, 부군의 신학대 입학을 통해 부군을 변화시키신 기적 같은 하나님의 놀라우신 사랑과 은혜,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얘기에 저절로 할렐루야! 박수가 터져 나온다. 박순애 전도사님의 간증과 같이 느껴진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꾸준히 간절하게 간구하는 기도를 들어주신다. 큰 따님까지 목회의 길로 인도하시니…….
그렇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자식들을 보고 나서도 손자까지 돌봐야 하니, 이것이 진정 현대사회의 여자의 운명이련가 물음표가 던져진다. 그래도 중학교 1학년 ‘김억’으로 인해 비롯된 글쓰기가 60세가 되어서 컴퓨터를 배워, 74세를 일기로 한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둘째 따님을 멀리 타국 중국으로까지 시집보낸, 고독한 중에도 텃밭 문학동산에서 하나님을 찬양하며 단란한 ‘우리 집’에서 ‘행복한 목회, 행복한 가정’을 이루니 이 얼마나 축복되고 감사한 일인가.
에피소드로 자신의 이를 돌팔이에게 맡겨 얻은 ‘어리석은 고통’에서 우리 모두가 자칫 자신의 생각과 판단이 옳다는 어리석음과, 세상이나 그릇된 것을 신봉(온갖 형태의 우상숭배와 종교다원주의 등)함으로써 얻게 되는 결과가 얼마나 참담한지를 깨우치게 한다. 오직 하나님과 말씀만을 믿고 의지해야 될 것이다.

책 제목, ‘질그릇’. 책 제목이 왜 ‘질그릇’인가 처음부터 궁금했다. 로마서 9장 21절에 나오는 토기장이 비유에 대한 얘기인가 생각했다. 너무 궁금해서 조금 읽다가 참지 못해 ‘질그릇’ 뚜껑을 미리 열어보았다. 그리고 다시 순차적으로 읽다가 돌아왔다.
63세의 나이에 찾아온 뇌경색 마비, 실로 충격적인 일이다. 그렇지만 예레미야 18장 1~6절 말씀, 토기장이의 비유와 같이, 질그릇을 파상해 새 그릇으로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굳게 믿고 기도하며 찬송하여 치유받아 더욱 하나님께 영광을 드리게 되니 실로 감동적인 일이다. 또한 가족, 주변의 형제, 자매님들의 눈물 어린 간절한 기도와 간호, 가슴이 뭉클하다. 내 주변에는 왜 이러한 이들을 찾아보기 힘든지 나 자신이 반성이 된다. 하여튼 잠언 27장 21절 말씀처럼, 이렇게 ‘도가니로 은을, 풀무로 금’을 단련토록 하시니, 하나님의 놀라우신 사랑, 할렐루야!

누구나 그러하듯, 이제는 70대가 되어 동창들을 만나 증초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흘러온 세월을 회고한다. 어떻게 보면 세월이 덧없고 허무하게 느껴진다. 쏜살같은 세월의 크로키 같다. 하지만, 굳은 믿음으로 인한 축복된 삶이었다고(삶이라고) 여겨진다. ‘질그릇’, 인생 자서전이요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시가 있는 수필집’이요 간증이다. 그리고 수필집에 나오는 ‘시’만이 시가 아닌, 수필 모두가 시같이 느껴진다.
고린도 후서 12장 9절 말씀,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데살로니가전서 5장 18절 말씀, ‘범사에 감사하라’로 귀결하며 ‘공연히 멍하니 서서 금쪽 같은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끝맺음에 덧붙이면 누가 되고 사족이 될 것 같다. 이 귀한 책을 선물해주시고 읽게 해주신 이월순 사모님(권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이월순 사모님은 나의 ‘기른 정 어머니’와 동년배시다. 어머니같이 느껴진다. 늘 건강하시고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함께하시기를 기도합니다.

<2015.11.29>

*글쓴이 / 김명석
한국기독교작가협회 정회원
수도중학교 제1회 백일장 시 부문 차상 수상
제10회 기독교문예 단편소설 부문 신인작품상 수상
저서: ‘신삼국기행’(기행서적), ‘아버지의 바퀴가 이어준 행복’(에세이와 시), ‘밀레니엄 그 후’(장편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