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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흰 첫눈

솔랭코 2015. 11. 26. 10:19

맑고 흰 첫눈


붉은 피로 얼룩진 땅바닥
공해와 먼지로 찌든 앙상한 나뭇가지
모진 기운으로 핏줄 끊긴 이파리들에
어둔 새벽
맑고 흰 첫눈이 덮으니

더러운 입 냄새 피어오른 붉은 기왓장 지붕에도

그것들 모두 양털 같이

하지만
강렬한 햇살에 눈이 녹아
이내 더러움에 되돌려지니

온갖 세균과 벌레들이 우글대는 땅속 깊은 곳까지
맑고 흰 눈으로 씻어지기를

<2015.11.26. 첫눈이 내린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