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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없는 바람/ 트롯 대전/ 김명석/ 미래시학(2024년 봄호)

솔랭코 2024. 5. 8. 17:35

날개 없는 바람

 

 

선입관이라는 편견을 품은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사랑을 좇다가 멀어졌다

 

가슴 녹이는 속삼임에 취해

온화한 줄만 알았건만

돌변해서 변심하는

뒤끝 남는 사나운 기억이었다

 

날갯짓 못 해 느림보 이다가

날개가 없어 쏜 살이 되어

시간을 꿰뚫어 버려

흔적 없는 상처를 남기고

형태가 보이지 않는다

 

속마음의 무게를 알 수 없어

스치는 기운을 달아 봐도

초침이 흔들리지 읺는다

 

시작도 끝도 없는 공허 속에

심장이 고동치고 맥박이 뛰는

날개 없는 바람이 난다

 

트롯 대전

 

 

나이가 철들기 전

숨 넘어가는 고개에서 미끄러지고

가슴을 찌르는 산마루에서 뚝 떨어져

벼랑에 매달린 목울대가 굴곡을 겪어

물결이 구성지도록 꺾기를 한다

 

깃털을 단 오르막이 날갯짓하고

발을 헛디딘 내리막이 추락해

평탄한 길 혹부리에 걸려 넘어져

절룩절룩 하는 고음과 저음이

폐부를 찔러 울고 웃는다

 

한 눈 팔고 귓가로 들어도

외로움을 걷는 외길이

구음으로 안개를 걷어 내고

손짓 발짓으로 존재를 드러낸다

 

생사의 갈림 길

죽음의 계곡 쌍벽의 외나무다리에서

어제와 오늘이 맞부딪쳐

비장한 가슴이 비수를 꺼낸다

 

혼자와 혼자가 하나 되어

입과 손발을 맞추어 화음을 이루고

혼자가 무지갯 빛으로

생존의 몸부림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