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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

솔랭코 2021. 12. 31. 07:51

세밑

 

 

눈밭에 벌거벗은 나뭇가지 같은 까치발이 얼어붙었지만

외롭지 않아요

당신과 나의 온도 차가 클수록

살얼음 같은 유리창에 서리꽃을 피어내

노화되는 시간 속에

고독의 머리맡과 동병상련해 주기에 위안되어요

 

불과 며칠 전 우리가

식탁에 함께했을 때

나는 내 뱃속을 채우는 데에 여념 없고

당신의 입맛에는 관심 없었기에

동상이몽의 밤이었어요

 

그래도 음식은 함께 나누어야 제맛이지요

혼밥은 아무래도 그저

뱃속을 채우는 데 급급할 뿐

무슨 맛인지 모르겠어요

 

거저 내려 주는 눈은

포근하고 아름다워요

벌거벗은 나뭇가지를 따뜻하게 입혀 주고

눈꽃을 피어 주니까요

 

사랑은 나누는 것이지요

나눔으로써 행복을 느끼는 것보다 더 큰 축복은 없는 것 같아요

 

그동안 하나님께 거저 받은 것을

모두 나누고자 노력해야겠네요

그러면 눈밭의 까치발이 덜 시리겠지요

 

마지막까지 함께해 주어서 고마워요

 

사랑이 고프네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