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눈밭에 벌거벗은 나뭇가지 같은 까치발이 얼어붙었지만
외롭지 않아요
당신과 나의 온도 차가 클수록
살얼음 같은 유리창에 서리꽃을 피어내
노화되는 시간 속에
고독의 머리맡과 동병상련해 주기에 위안되어요
불과 며칠 전 우리가
식탁에 함께했을 때
나는 내 뱃속을 채우는 데에 여념 없고
당신의 입맛에는 관심 없었기에
동상이몽의 밤이었어요
그래도 음식은 함께 나누어야 제맛이지요
혼밥은 아무래도 그저
뱃속을 채우는 데 급급할 뿐
무슨 맛인지 모르겠어요
거저 내려 주는 눈은
포근하고 아름다워요
벌거벗은 나뭇가지를 따뜻하게 입혀 주고
눈꽃을 피어 주니까요
사랑은 나누는 것이지요
나눔으로써 행복을 느끼는 것보다 더 큰 축복은 없는 것 같아요
그동안 하나님께 거저 받은 것을
모두 나누고자 노력해야겠네요
그러면 눈밭의 까치발이 덜 시리겠지요
마지막까지 함께해 주어서 고마워요
사랑이 고프네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