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그 시절에
만삭된 달이 해산하는 날
아이들은 고사리손으로 흙에 내린 눈을 뭉쳐서
땅에 굴리며 달덩이를 만들었다
순수한 아이들의 손으로 빚은 눈덩이는
하늘의 달덩이처럼 희고 둥글했다
눈사람은 아이들의 얼굴을 닮아
둥글둥글했다
추위를 모르는 아이들처럼
한파에도 추위를 타지 않았다
더욱 단단하고 강인해졌다
어두운 밤에도
달빛을 받은 눈사람은 휘영청 밝았다
배가 불룩한 눈사람은 소망을 품고 있었다
달이 기울수록
녹아 갔지만
부활을 꿈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