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의 서울숲
코로나를 방출하는 태양을 가리려
하늘이 검은 마스크 하얀 마스크를 써도
강바람이 어깨를 다독이는 서울숲에는
하얀 마스크 검은 마스크를 쓴 상추객들이
볕뉘에 숨통을 틔우고 있네
잔디밭에서 상추객들이 곤충처럼 옹기종기 모여
각본대로 연기하면서
애드리브를 마음껏 발산하고
풀숲에서 잠자리가 나비를 잡으러 쫓아다니고 있네
거울로 만든 연못에는
키다리 메타세쿼이아가
하늘을 가린 마스크들에 답답했는지
거울을 들여다보며 물구나무서서 크고 있고
하늘의 마스크들도 답답했는지
연못에 다이빙해
데칼코마니의 일상을 살고 있고
연못가에서 맥문동이
노마스크의 보랏빛 꿈을 꾸고 있네
그 넓은 숲에 좁은 울타리에도
토기들과 꽃사슴들이 불평 한마디 없이
마스크에 매인 상추객들을 구경하며
위안을 삼는 한나절
상추가 익어가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