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탯줄의 소리

솔랭코 2021. 8. 25. 10:03

탯줄의 소리

 

 

비정한 세상에 갓 태어난 아기는

탯줄을 끊지도 못한 채 세상에게 버려져

숨 쉬자마자 숨 막히는 어둠 속에서

지옥을 맛보아야 했다

 

태어나자마자 쓰레기 취급을 당한

핏덩이로 인해

피로 붉게 물들여진 쓰레기통이

핏덩이에게 자궁이 되었다

 

적막과 질식이 몸부림치는

어둠의 쓰레기통이

갓난아기에게

해도 달도 별도 뜨지 않는 세상과 우주가 되었다

 

유인 캡슐이 된 붉은 음식물 쓰레기통에서

신생아 우주복도 입지 못한 질식해가는 젖먹이를

배꼽에 달린 안전로프 같은 탯줄이

돌보고

고양이 울음소리를 숨넘어가게 내었다

 

마침내 사흘 만에 붉은 자궁이 열려

상처투성이는

생사기로에서

비정한 세상과 다시 마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