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월이면
춘삼월이면
봄바람을 타고
봄빛이 은은히 심장을 녹이는 봄 길을 걷고 싶다
처녀같이 얼굴을 붉힌 진달래 철쭉이 수줍게 웃는 산기슭에서
개나리 꽃잎으로 날개를 단 노랑나비의 등에 누워
아지랑이에 버물린 더덕의 봄 향기에 취해 봄잠을 자고 싶다
춘삼월이면
살갗을 간질이는 봄비로
겨우내 케케묵은 심신을 씻고 싶다
발가벗고 오장육부를 들어내 속에 감추어진 거짓을
씻어 내어 진실의 나를 대면하고 싶다
춘삼월이면
해빙의 봄기운으로
어깨에 얹힌 얼음덩이 같은 삶의 무게를 녹이고 싶다
푸른 멍이 든 숲에서
빛바랜 허물을 벗고 싶다
춘삼월이면
춘몽 속에 봄비에 젖으며
그리운 사람이 있다
허물을 덮어 주고 감싸 준 사람
봄 처녀같이 사랑해 준 사람
나도 그런 춘삼월 같은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