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달
낮 하늘에 시름시름 앓고 있는 달은
한 송이 물망초
견디지 못해 드러낸 그리움의 잔영이다
수많은 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온 은막에 감추어진 그림자가 희미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어두운 밤하늘에서 겪었던 말 못 할 사연들로 점철된 과거가 뼈와 살 속에서 옹알거린다
낙엽은 과거가 담긴 현실이다 낙엽에는 달그림자가 서려 있다 낙엽에 뚫려 있는 구멍들은 달이 마음속에서 삭인 상처들이다
추풍낙엽처럼 물에 빠진 달에게 맹어猛魚들이 득달같이 달려든다
삼켜도 삼켜도 계속 생기는 화수분 같은 달에 헛배가 부르다
맹어猛魚들은 허상과 망상 가운데서 맹어盲魚들이었다
악몽 속에 달은 낮잠을 자지 못하고 기억이 아련해진다
구름이 눈시울을 적실 정도로 사무치는 그리움 속에
물망초에서 애절한 소리가 들린다
나를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