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정류장
당신이 머물렀던 자리에서 여전히 온기가 느껴집니다
당신은 떠났어도 아직 내 마음에 당신이 남아 있기 때문이지요
기약도 없이 떠난 당신이 그리워 텅 빈 어두운 자리에서 밤을 지새웁니다
별들도 빛을 잃고 슬픔에 잠긴 듯하네요
콩나물 버스 안에서 검은 교복을 입은 당신의 단아한 모습에 반했지요
당신은 하얀 넓은 옷깃으로 내 마음을 받아 주었지요
우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수많은 곳을 다녔지요
당신과 함께한 시간보다 즐거운 시간은 없었습니다
내 검은 교복 주머니에는 아직도 당신과 함께한 추억이 서린 회수권과 토큰이 남아 있습니다
그때에는 함께 가는 목적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목적지가 없어
당신이 떠난 자리에서 당신을 마냥 기다릴 뿐입니다
당신의 행방을 몰라 목적지를 잃었습니다
버스 안내양에게 당신의 행방을 묻고 싶어도
버스 안내양마저 “오라이” 하고 종적을 감춰 알 길이 없습니다
어쩌면 당신은 수많은 별이 뜨고 지는 사이에 버스에서 내렸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변한 모습에
또한 내 변한 모습에
우리는 서로 못 알아봤을지도 모릅니다
그랬을지라도 나는 자리에서 당신을 계속 기다려야 합니다
나는 당신을 그리워하는 버스 정류장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