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안길
수레바퀴 따라 발길 닿는 곳
해그림자 이어진 속에
삶을 바느질하는 일손 한가롭다
아궁이에서 장작이 타며 타령이 울리고
빈대떡에 막걸리 한 사발로 시름을 달래며
하루를 땜질한다
처녀 총각이 화방에 옹기종기 앉아 붓질하고
화상을 벽에 붙이며 청춘을 갈무리한다
열린 창살문 사이로 아낙네 화장하며 나이를 모자이크하고
냇가에 앉은 노처녀 떠난 임 그리워하며 세월을 한탄하다
해가 산등성이에 걸릴 무렵
뒤안길 걷는 행려 뒤로
옅은 그림자 길게 드리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