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읊어주는 여인
장안 어딘가에
시 읊어주는 여인이 있다는 소문을
들어본 적 있소이까
찻집을 뒤져 봐도
가상을 두드려 봐도
엉뚱한 사람 붙잡고 다그쳐 봐도
아무 소용없소이다
진심으로 우러나와
상면하여 듣고 싶거든
영통 명복집을 찾아
시 읊어주는 여인을
귀하게 청하시오
그 여인은
고운 눈망울에 시를 담아
마음으로 연주하고
앵두 빛 입술로
여리고 잔잔한 맑은 물방울 운을 날려
듣는 이의 마음을
평온하고 즐겁게 해준다오
한 소절 한 소절
몸으로 느끼며 읊어주는
낭랑한 가락은
새들도 입 다물고
주위에 둘러앉아
초롱초롱 쳐다보며
귀 기울이게 한다오
운 좋은 나그네는
사연도 모른 채
한 자리 차지하여
둥지도 듣고
세월도 듣고
청풍도 듣고
사비도 들었다오
오늘 찾아 못 본다고
슬퍼하거나 노여워마소
새가 둥지 떠나 언제나 자유롭듯
인생도 그러한 것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알 수 없으니
<2014.5.8. 명복집에서 시 읊어주는 여인을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