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성 추모시>
눈물바다로도 부족한
맑은 하늘에 날벼락이라니
시간이 멈춰 버린 지금
생각조차 생각하는 것을 잊어 버렸다
얼마나 아팠겠는가
그 아픔을 지켜 주지 못했으니
심장이 찢긴다
아현동에서 함께 뛰놀던 어린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그동안의 삶의 편린들이 가슴을 저민다
이십여 년 전
신촌 그랜드 플라자 엇갈리는 에스컬레이터에서
형! 하던 목소리에 얼굴을 보고도
내려가 함께하지 못했던 아쉬운 마음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
더 이상 그 환한 목소리를 들을 수도 얼굴을 볼 수도 없다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 살가운 목소리가 귓전에 맴돈다
육 년 전
작은 외삼촌 장례식장을 떠나며
우리는 이런 때나 만나는가 봐요 하던
말이 골수에 사무친다
육 년이 되어서야
장례식장에 만나러 왔으니
미안하다
죄스럽다
계절이 철따구니가 없는가
울긋불긋 옷을 입기도 전에
온몸을 얼어붙게 만들다니
아버지는 어떡하라고 어머니는 어떡하라고
부인은 어떡하라고
민정이 선영이 지영이는 어떡하라고
동생들은 어떡하라고
한 번만이라도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얼굴을 볼 수 있다면
원이 없으련만
그리움을 잊지 않으리라
마음속에 살아 있으리라
눈물바다로도
부족하다
-2018.10.1.박규성 아우님을 추모하며. 외종사촌 형 김명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