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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성 추모시 '눈물바다로도 부족한'

솔랭코 2018. 10. 1. 17:20

<박규성 추모시>

 

 

눈물바다로도 부족한

 

 

맑은 하늘에 날벼락이라니

시간이 멈춰 버린 지금

생각조차 생각하는 것을 잊어 버렸다

 

얼마나 아팠겠는가

그 아픔을 지켜 주지 못했으니

심장이 찢긴다

 

아현동에서 함께 뛰놀던 어린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그동안의 삶의 편린들이 가슴을 저민다

 

이십여 년 전

신촌 그랜드 플라자 엇갈리는 에스컬레이터에서

! 하던 목소리에 얼굴을 보고도

내려가 함께하지 못했던 아쉬운 마음이

아직도 남아 있는데

더 이상 그 환한 목소리를 들을 수도 얼굴을 볼 수도 없다니

눈물이 앞을 가린다

그 살가운 목소리가 귓전에 맴돈다

 

육 년 전

작은 외삼촌 장례식장을 떠나며

우리는 이런 때나 만나는가 봐요 하던

말이 골수에 사무친다

육 년이 되어서야

장례식장에 만나러 왔으니

미안하다

죄스럽다

 

계절이 철따구니가 없는가

울긋불긋 옷을 입기도 전에

온몸을 얼어붙게 만들다니

 

아버지는 어떡하라고 어머니는 어떡하라고

부인은 어떡하라고

민정이 선영이 지영이는 어떡하라고

동생들은 어떡하라고

 

한 번만이라도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얼굴을 볼 수 있다면

원이 없으련만

 

그리움을 잊지 않으리라

마음속에 살아 있으리라

 

눈물바다로도

부족하다


-2018.10.1.박규성 아우님을 추모하며. 외종사촌 형 김명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