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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집 '호루라기' 중 '거지' 독후감

솔랭코 2016. 2. 13. 20:02

다음은 단편소설집 '호루라기' 표지를 그려 주신 대호님께서 쓰신 '거지' 독후감입니다.

 

♠ 거지 독후감 ♠ / 대호

누가복음 16장에 부자와 거지 나사로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이 있다. 이는 인간 사후의 생에 대한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이기도 하다.

「 어떤 부자가 있었는데, 그는 자색 옷과 고운 베옷을 입고 매일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더라. 또 나사로라고 하는 어떤 거지가 있었는데 온몸에 헌데가 난 채 그 부자의 문전에 누워서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진 부스러기로 배를 채우기를 바라니, 심지어 개들이 와서 그의 헌데를 핥더라. 」

단편소설집 '거지'의 주인공 거지에게는 이름이 없다. 이름이 없다기보다는 밝혀진 이름이 없다. 길거리를 다니다보면 거지에게 딸랑하고 동전을 던져주는 사람이 있고 때로는 큰 맘 먹고 천 원짜리 지폐 한 장을 동냥해주는 사람도 있다. 거지도 심리전을 펼친다. 조금 더 애처롭게 보여서 동냥을 받거나 동냥 받을 상자에 천 원짜리 지폐나 동전을 여러 개 펼쳐 놓아 동냥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누가복음 16장에 기록된 예수님의 말씀을 보면 부자는 결코 거지 나사로에게 동냥을 해주지 않았고 그저 부자인 것을 평생 자랑삼아 자기 배나 불리며 호의호식하였다. 현대판 부자가 아니더라도 거지를 보고 동냥해주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그 부자와 다를 바 없다.

거지와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는 인물은 단연 거지 왕초 같은 터줏대감 거지다. 터줏대감 거지는 거지에게 기상걸이란 별명을 지어주었다. 기억상실증 걸인이란 뜻이다. '거지'는 당연히 1인칭 소설이다. 그런데 1인칭 소설 '거지'에 영과 육이 분리된 듯한 3인칭 시점의 거지가 1인칭 시점의 거지를 바라보는 듯한 모순적인 내용이 등장한다. 호루라기 7쪽을 보면, "어느 날 나는 이 역의 화장실에서 피가 흥건한 채 발견되었다." 이 내용을 역설적으로 표현해보면 "어느 날 이 역의 화장실에서 피가 흥건한 채 쓰러진 나를 누군가가 발견하였다."라고 해야 마땅할 수 있겠지만, 작가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 작가는 1인칭 거지뿐만 아니라 작가 자신이 3인칭 거지가 되어 1인칭 거지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3인칭 거지는 피가 흥건한 채 쓰러진 1인칭 거지를 발견한 것이다. 이 중요한 내용을 시작으로 소설 '거지'는 매우 값진 내용을 이어가고 있다. 작가는 역의 화장실에서 피가 흥건한 채 쓰러진 거지를 발견하고서 암모니아 냄새에 취해 소변을 보는 중에 둔기로 거지의 뒤통수를 친 범인이 누구인지 함께 밝혀 보자고 독자들에게 권고하고 있다. 범인은 터줏대감 거지다. 그런 거지를 발견한 것은 화장실 청소를 하던 아주머니였다. 그리고 거지는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응급치료를 하고 터진 뒤통수를 수술한 병원 측은 난감했다. 환자가 거지이며 기억상실증이란 사실을 알았기에 치료비를 받을 걱정에 당황스러워 했다. 악몽까지 꾼 거지는 치료비 걱정과 정신병원에 격리될 수 있다는 생각에 병원을 탈출했다.

「 그러다가 그 거지가 죽었는데 천사들이 그를 아브라함 품으로 옮겼고 그 부자도 죽어서 장사되었더라. 부자가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에 눈을 들어 저 멀리 아브라함을 보았더니 나사로가 그의 품에 있는지라. 그가 소리 질러 말하기를 "아버지 아브라함이여, 저를 불쌍히 여기셔서 나사로를 보내시어 그가 자기 손가락 끝에 물을 적셔 내 혀를 식히게 하소서. 내가 이 불꽃 가운데서 고통을 받고 있나이다."라고 하니 」

예수님은 나사로는 죽어서 천국에 갔고 부자는 죽어서 지옥에 갔다고 말씀하셨다. 부자는 지옥이 얼마나 뜨거운 불꽃같았는지 혀에라도 물을 적셨으면 하는 동냥을 하였다. 살아생전 거지 나사로에게 동냥도 해주지 않던 부자가 죽어서 아브라함에게 동냥을 하였다.

병원을 탈출한 거지는 자신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동사무소와 경찰서를 찾아다녔으나 주민등록번호도 모르고 지문마저 훼손된 터에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어 더욱 막막했다. 거지는 막막함을 달래기 위해 자신의 보금자리 같은 역으로 향하는 길에 천둥 번개가 치는 폭우를 만났다. 바닥에 널브러져 몸을 가누기조차 힘든 거지는 고통스러워하며 통곡했다. "오! 신이시여, 제발 저를 도와주소서!" 절체절명의 상황을 맞이하면 신을 찾는다 했는가?

보금자리 같은 역으로 되돌아 온 거지는 모진 겨울을 이겨 내고 새봄을 맞이했다. 모진 겨울은 모진 인생살이를 뜻하고 새봄은 구원의 희망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뜻한다. 어느 날 저녁 터줏대감 거지는 거지를 흔들어 깨우며 오늘 운수가 대통했는지 교회에서 먹을 것을 주러 왔으니 가보자고 했다. 식사 전에 예배를 드렸는데 거지는 교회에서 제공한 찬송가를 보며 무심결에 따라 불렀다. 동료들은 그런 거지를 신기하게 바라봤다. 거지는 전도사의 기도 중에 "하나님 아버지!"란 말을 듣고 자신의 기억 끝자락에 남아 있던 하나님을 기억해 냈다. "하나님! 내가 유일하게 기억하는 분, 그분이 바로 하나님이었구나!" 거지는 기억상실증에 걸려서도 하나님을 기억해 냈다.

이날 예배 중의 설교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부자와 거지 나사로에 대한 내용이었다.

「 아이야, 너는 네 생전에 좋은 것을 받았고 나사로는 나쁜 것을 받았음을 기억하라. 그러나 이제 그는 위로를 받고 너는 고통을 받느니라. 이 모든 것 외에도 우리와 너희 사이에 커다란 구렁이 놓여 있어서 여기에서 너희에게로 건너가고자 하여도 갈 수 없고 거기에서 우리에게로 건너오고자 하여도 올 수 없느니라."고 하더라. 」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신대로 사람이 죽은 후에 머물 곳은 호불호가 분명하다. 천국 아니면 지옥이다. 로마 카톨릭이 꾸며낸 천국과 지옥 중간의 연옥 따위는 없다. 긴 듯하지만 스쳐 지나가는 바람과 같이 짧은 생애, 한낱 들에 피었다가 이내 지고 마는 꽃과 같은 생애, 새벽에 올랐다가 사라지고 마는 안개와 같은 생애. 그것이 인생이다. 그렇지만 긴 듯하지만 짧은 인생 후에 영원한 삶을 살아갈 천국을 간다면 어떠할까? 거지는 울며 하나님께 회개 기도를 드렸다. " 하나님! 내 죄를 용서하소서!" 회개 없이 천국을 갈 수 있을까? 예수님을 믿지 않고 천국을 갈 수 있을까?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사탄에게 올무 잡힌 다원주의 신앙의 허상에 불과할 뿐이다.

- 거지 독후감을 쓰게 해주신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