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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얼굴과 마음씨

솔랭코 2015. 10. 18. 18:12

엄마의 얼굴과 마음씨


한겨울 집 앞 황전천에 얼었던 눈이 녹아
하늘의 구름 되어 소나기로 내렸습니다
소나기가 눈에 얼어붙었던 발자국을 지워 버렸군요
소나기는 고향 집 안뜰 풀잎에 이슬로 맺혔습니다
이슬이 눈에 담겨 눈동자가 젖습니다
눈동자에서 엄마의 모습이 촉촉이 비칩니다
엄마의 태에 칠 남매를 품어,
오남 이녀가 엄마의 품에서 젖을 먹고 자랐지요
많은 가지들에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해
하루 스물네 시간이 부족하고 일 년 삼백육십오 일이 부족하리만큼
손발을 쉴 틈이 없고 허리를 펼 틈이 없으셨지요
괴목 백야산 기슭의 텃밭에서는 물론
동네방네 돌아다니시며 온갖 채소와 과일과 어물을 가져다
그 먼 몇십 리 길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고무신 발로 시장에 내다 파셨지요
괴목구나무장과 월등마을의 복숭아에서 깊이 서린 애환을 느낍니다
피와 땀이 씨앗이 되고 거름이 되어 모두가 열매를 맺었습니다
얼마나 힘들고 고생이 많으셨는지요
그 고생은 이루 다 말로 표현할 수 없지요
해와 달과 수많은 별들과 눈비가 노래하고 칭송하며 대변합니다
학문에 한 맺힌 재주꾼 부친의 곁길 세월에도
엄마는 한마디 없이 집안을 꾸리고 자식들을 키우셨지요
그렇게 자애로우신 엄마는 현부인이시자 현모양처이셨습니다
엄마의 모습이 맏아들과 함께했지요
맏아들의 끼는 부친에게서 이어받고 모습은 엄마를 닮았습니다
셈이 빠른 맏아들은 어려서부터 늘 엄마와 함께 다니며 계산을 했지요
엄마는 떡장사를 하며 깨우쳐 주던 한석봉의 어머니와 같습니다
맏아들은 장성해서 나라의 보배가 되었지요
별이 반짝이는 하늘 아래
엄마가 드나드시던 고향 집 별채는 변함없이 모습 그대로입니다
우리 집은 엄마의 얼굴이요 안으로는 엄마의 마음씨가 담겨져 있고
집안의 기둥인 맏아들에게도 엄마의 얼굴과 마음씨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2015.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