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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별/ 별리/ 김명석/ 미래시학
솔랭코
2024. 10. 28. 15:27
하나님의 은혜로 '기별' '별리' 두 편의 시가 미래시학 2024년 겨울호에 실렸습니다.
기별
궁둥잇바람 난 빗발 속
여백을 적시는 숨소리가
긴장이 고조된 적막을 깨트리고
보일 듯 말 듯 목소리를 찾는다
팔다리 저으며 걷는 자모음과
틈을 내는 바람이 만드는 글귀가
눈동자에 새겨지고
가슴속을 울린다
공중에 날아다니던 차임벨 소리
길거리에 돌아다니던 레코드 소리
잔뿌리 남은 추억이
풍화된 시간을 넘어
속삭이는 기억으로 기웃거린다
갈무리되지 않는 하루하루
바람에 기록되는 언어들
제자리를 맴도는 잔상에
한두 마디가 얼핏 녹음된다
별리
어릴 적 달동네에는
어둠 속에 다 담을 수 없는 별이 떴다
눈동자를 삼킨 별은
달이 해산하고 해가 임신하면
마음의 준비 없이 졌다
태동의 발길질보다는 해산의 고통이 더 컸지만
배냇짓하기 전
하루아침에 사라진 별은 눈물이 되었다
어두움이 잿빛이 될수록
별은 빛을 잃고 하나둘씩 사라졌다
궤도를 이탈한 별똥별이
남긴 것은 의문의 꼬리뿐이다
성냥개비로 두드리는 실로폰 소리
국자로 치는 북 소리
OST가 쉼표에서 숨 돌릴 겨를도 없이
마침표가 오선보를 이탈했다
어둠 속에서 별이 반짝이지 않을 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지만
별은 간격을 넓히며
소리 없이 거리를 좁혀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