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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캡슐/ 느린 우체통/ 김명석/ 문학한국

솔랭코 2024. 1. 29. 10:09

하나님의 은혜로 '타임캡슐'  '느린 우체통' 두 편의 시가

문학한국 2024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

 

 

타임캡슐

 

 

어둠이 스크린에서 비밀리에 움직이는 동안

수백 개의 검은 눈동자가

찍소리 않고 은밀히 지켜보는 밀실에

펑 폭발음이 시선을 흩트렸다

옆에서 슬쩍 건넨 페트병에서

오랫동안 잠겨 막힌 숨통이 터졌다

시선이 어둠에 사라진 숨통을 찾는 사이

눈동자들이 몰래 잠수해 물질한다

 

샴페인 마개가 바다에 떨어져

너울이 춤추며 흘러간 노래를 하고

눈동자들이 솟아오른다

요동하는 배가 닻을 내려

뱃전에 타임캡슐이 드러나고

펑 뚜껑이 열린다

물결이 그물에 걸리고

시계에 시간이 멈추고

곰삭은 냄새가 나도

금괴와 다이아몬드가 빛난다

 

 

느린 우체통

 

 

생각이 많아 머리가 복잡할 때에는

수평선을 느릿느릿 걸으며 노을에 젖어

석양처럼 바다에 마음을 가라앉혀 봐요

 

생각이 복잡할수록 파도가 거세지지요

격랑에는 순항하기 힘들지요

마음에 수평선이 형성되도록

복잡한 생각을 접고 평온하게 해 봐요

 

격랑에 휩싸였던 나쁜 기억은 잠재우고

좋았던 추억만 떠올려 봐요

 

늦게나마

고마워요 사랑해요 마음을 전해 봐요

더욱 행복해질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