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다락방/ 김명석/ 현대계간문학
솔랭코
2023. 9. 27. 10:10
하나님의 은혜로 '다락방' 시가 현대계간문학 2023년 가울호에 게재되었습니다.
다락방
계절이 피부에 와닿는
기와지붕이 속삭임을 엿듣는
천장과 천장 사이에 끼여
숨죽이는 맛은
압력이 증기를 뿜는 밥맛이다
열기가 천장을 삼키고
한기가 바닥을 삼켜
성큼 느끼는 계절의 꼬리가 길다
더위에도 추위에도 살을 맞대는
틈바구니의 빈대는
지문이 닳아도
바닥이 되지 않는 질긴 목숨이다
머리를 숙이고 허리를 굽히는
예의범절로 엎드려
닦이지 않는 냄새를 맡고
숨 쉴 공간을 찾는다
바라지를 열고 들어와
조각난 볕뉘에 비치는 그림자
계절이 지날수록 좁아지는 공간이
몸속에 웅숭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