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고객 센터와 기대 수명/ 김명석/ 문학한국
하나님의 은혜로 문학한국 2023년 4⸱5월호에 '지진' '고객 센터와 기대 수명'
두 편의 시가 게재되었습니다.
지진
음모가 지하 깊은 곳에 숨어 있어
두 세력이 팽팽하게 맞서다가 삐끗해
분노가 폭발 와르르 붕괴되었다
새로운 지각 변동의 파급력으로
오랜 전통과 문화를 지켜 냈던
최후의 보루와 아성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순진하게 믿었던 안식과 희망의 집이 주저앉고
앞길을 인도하던 도로가 파괴되어
사망과 이재가 폐허에서 숨죽였다
통곡과 눈물이 폐허를 적시고
텐트촌에서 빵과 수프로 연명하는 와중에도
땅속에서 솟아난 인간의 본성이
상점과 빈 집과 자동차를 털고
어린아이조차 죄의식 없이 약탈을 자행했다
암울한 중에도
구호의 손길은 이어지고
구조는 포기하지 않았다
추위와 굶주림 속에 골든타임이 지나서도
생환하는 기적이 일어났다
삶을 무너트리는 역경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고 이겨 내어 빛을 본다
고객 센터와 기대 수명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불만이
고객 센터의 친절하고 능숙한 대응으로
해결되어 만족스러웠지만
전철을 밟는 답습으로 불만이 다시 터졌네
불만이 화를 돋우고
병이 도졌는데
고객 센터는 치료하고 수명을 연장해 줄 수 있을까
우리나라 기대 수명 남자 80.6세 여자 86.6세
평균 83.6세를 증명이라도 하듯
주변에서 한 사람 한 사람씩 고인이 되는
80대 중반의 향년이
20년 남짓한 여생을 느끼게 한다네
장수 국가이던 불가리아는
유럽연합에서 기대 수명이 가장 짧은 나라가 되었다네
우리나라는 그보다 10년이나 길어도
죽음은 국경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다가오지만
66.3세에 불과한 건강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내 안의 고객 센터를 통해
불만과 화를 달랜다네
<문학한국 2023년 4⸱5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