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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히지 않는 숫자/ 김명석/ 중부일보
솔랭코
2023. 4. 30. 14:16
하나님의 은혜로 '잊히지 않는 숫자' 시가 중부일보에 실렸습니다.
[시의향기] 잊히지 않는 숫자
- 기자명 김명석
- 입력 2023.04.26 17:31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나이를 거꾸로 먹으니
여유가 생기고 한결 젊어졌네
아이가 고개 넘던 시절에 비하면
길이 이곳저곳 갈라지고 울퉁불퉁 굴곡졌지만
나이를 헛먹었으니 공백이 줄어들었네
여유가 생기고 한결 젊어졌네
아이가 고개 넘던 시절에 비하면
길이 이곳저곳 갈라지고 울퉁불퉁 굴곡졌지만
나이를 헛먹었으니 공백이 줄어들었네
콧노래 부르는 실개천은 없어도
언덕길 골목골목에 장마가 지면 냇물이 흐르고
쌩쌩 달리는 스키장은 아니어도
동상 걸린 비탈길에서 미끄럼질하곤 했네
언덕길 골목골목에 장마가 지면 냇물이 흐르고
쌩쌩 달리는 스키장은 아니어도
동상 걸린 비탈길에서 미끄럼질하곤 했네
살얼음판에서 조심조심한다 하면서도
미끄러져 엉덩방아 찧었던 게 몇 번이었던가
초라한 옷을 입은 집이라도 꿈에 부풀었지만
길에선 의도치 않던 악몽이 많이 벌어졌네
미끄러져 엉덩방아 찧었던 게 몇 번이었던가
초라한 옷을 입은 집이라도 꿈에 부풀었지만
길에선 의도치 않던 악몽이 많이 벌어졌네
잡초들이 목구멍에 풀칠하는 시장에선
생선 비린내와 과일 향이 얽히고설켜
빨아도 쉽게 가시지 않는 찌든 냄새가 배고
리어카와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경주하며
면장갑이 고무장갑 끼고 수건을 팔았네
생선 비린내와 과일 향이 얽히고설켜
빨아도 쉽게 가시지 않는 찌든 냄새가 배고
리어카와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경주하며
면장갑이 고무장갑 끼고 수건을 팔았네
기린 목을 세운 도시의 꿈에 무너진
기와지붕과 시멘트 기둥은 흔적도 없고
애면글면하던 잡초가 뿌리 뽑힌 터에
번지수가 사라졌네

김명석 시인
시인, 소설가
기독교문예, 미래시학, 현대계간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집 바지랑대 자모, 동행길, 생의 언저리에서, 장편소설 반달, 후회 없이 돌이키지 않게, 밀레니엄 그 후 단편소설집 호루라기
시인, 소설가
기독교문예, 미래시학, 현대계간문학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집 바지랑대 자모, 동행길, 생의 언저리에서, 장편소설 반달, 후회 없이 돌이키지 않게, 밀레니엄 그 후 단편소설집 호루라기
출처: 계간 문학과 비평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