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사마리아/ 김명석/ 월간문학

솔랭코 2023. 4. 29. 17:11

하나님의 은혜로 단편소설 <사마리아>가 월간문학(2023년 5월호)에 실렸습니다.

 

 

사마리아

 

 

살아 있는 게 분명하지?”

검정 힙합모자를 쓴 고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녀석이 내뱉었다,

살았든 말든 뭐가 중요해? 누가 오기 전에 빨리 주머니 뒤져 봐.”

대장 행세하는 덩치 큰 녀석이 힙합모자의 등을 떠밀며 지시했다. 힙합모자는 정색하고 길가에 쓰러져 있는 장년의 주머니를 형사처럼 수색했다. 핏기가 가신 장년은 힙합모자의 손이 가슴팍을 파고들어도 미동도 없었다. 힙합모자는 미세한 고동만 느꼈다. 누런 잠바 안주머니에서 지폐 같은 게 집혔다. 힙합모자는 희색을 띠고 얼른 끄집어냈다.

에이, 그냥 종이잖아.”

힙합모자가 실망한 기색으로 투덜대며 종이를 펼쳐 보았다. 덩치가 호기심에 몸을 굽혀 기웃거렸다. 네 글자가 쓰여 있었다.

미안하다? 뭐가 미안해? 돈이 아니라서 미안하다는 거야? 약 올리는 거야?”

덩치가 종이를 빼앗아서 북북 찢으며 화풀이했다. 힙합모자가 반대쪽 안주머니에서 다른 것을 꺼냈다. 힙합모자는 편지봉투 안을 빠끔히 쳐다보았다. 알약이 그득했다.

무슨 약이지? 병잔가?”

힙합모자가 장년의 안색을 살피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띠었다.

, 그딴 거 신경 쓰지 말고 지갑을 찾아 봐.”

덩치가 답답한지 힙합모자를 밀치고 주머니를 마구 뒤졌다. 덩치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손을 털며 몸을 일으켰다.

오랜만에 봉 잡았다 했더니 재수 없이 헛손질만 했네.”

힙합모자는 장년의 눈꺼풀을 뒤집어 보고 아저씨, 아저씨, 하며 그의 뺨을 토닥거렸다. 그는 꼼짝없었다. 덩치가 속 터지게 바라보다가 힙합모자가 핸드폰을 꺼내 들고 번호를 누르자 잽싸게 낚아챘다.

인마, 뭐 하는 짓이야?”

힙합모자가 ? 그래도하며 덩치의 눈을 멀뚱히 쳐다보았다. 덩치가 힙합모자의 팔을 붙잡고 일으켜 세웠다.

너는 앞뒤 분간도 못하냐? 그러다 들통나면.”

~ ~.”

망을 보던 뿔테안경을 쓴 녀석이 휘파람을 불며 경고를 했다. 세 녀석은 장년을 길바닥에 방치한 채 얼른 자리를 피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달빛마저 외면한 붉은 녹이 슨 철벽 뒤 후미진 데서 세 녀석이 옹기종기 서 있었다. 덩치 큰 기택이 양말목에서 담뱃갑을 꺼내며 습관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돌 더미에서 검은 고양이가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기택이 애먼 땅을 탁 밟으며 저리가, 인마하고 위협했다. 검은 고양이는 주춤했다가 야옹댔다. 뿔테안경을 쓴 상도가 유심히 바라보더니 저 안에 새끼들이 있는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기택이 담배에 불을 붙인 후 한 모금 빨고 담배 연기를 검은 고양이를 향해 훅 내뿜었다. 담배연기는 어둠을 가르더니 사라졌다. 기택은 담배를 길게 빨고 나서 상도에게 내밀었다. 상도는 본능적으로 두 손바닥으로 막았다.

난 안 돼. 입에서 담배 냄새 나면 아빠한테 맞아 죽어.”

기택은 콧방귀를 끼며 피식 웃고서 동우에게 권했다. 동우는 망설이더니 담배를 건네받아 입에 물었다. 기택이 쭉 빨아 봐. 천국이 따로 없어라고 말하자, 동우는 검은 고양이의 눈을 응시하며 담배를 빨았다.

콜록콜록! 콜록콜록!

검은 고양이가 놀라서 돌 더미 속으로 달아났다. 기택은 낄낄거리며 담배를 돌려받았다.

전엔 학교도 안 가서 천국이었는데. 좋은 시절이 언제 또 오려나.”

기택이 팔소매를 걷어붙이며 한숨을 쉬었다. 기택의 오른쪽 팔뚝에는 死生決斷이라는 문신을 지은 흔적이 있었다. 기택은 작년 초부터 격투기를 배우며 팔뚝에 문신을 새겼다가 담임선생에게 들켜서 혼쭐이 났었다. 수차례 반성문을 쓰며 불려 다니다가 문신을 지우고서 마무리되었지만 희미한 흔적이 남았다.

지갑도 안 가지고 다니질 않나, 요새 영 시원찮아.”

기택이 잔불이 남은 담배꽁초를 땅바닥에 버리며 불만스러워했다.

그 아저씨 자살하려는 것 같아.”

동우가 머릿속에 현장을 떠올리며 우려 섞인 말투로 얘기했다. 기택이 고개를 절레절레했다.

너는 그게 문제야. 사소한 것에 신경 쓰지 말라고 누누이 얘기했지. 그 사람이 죽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우리 일에만 집중하라고. , 이제 시작하자.”

기택이 따끔하게 충고하고 고물상 앞쪽으로 향하자 두 친구가 뒤따랐고, 기택이 입구에 이르러 손쉽게 문을 따고 들어가자 자연히 동우가 따라 들어가고 상도가 문 앞에서 망을 보았다. 고물상 한쪽에는 골판지와 신문지와 폐지가 쌓여 있고, 또 다른 한쪽에는 고철과 폐전선이 쌓여 있었다. 폐가전도 즐비해 있었다. 기택과 동우는 폐지와 고철 등에는 관심 없이 폐가전의 안쪽은 물론 겉쪽과 밑까지 꼼꼼히 살폈다. 세 친구가 폐가전 수색에 몰입하는 데는 한번 압력밥솥에서 돈뭉치를 발견해 횡재한 적이 있어서이다. 동우가 냉장고를 기울이고 기택이 플래시를 비추어 손가락으로 밑바닥을 훑으며 탐색했다. 공기가 서늘한데도 동우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공부를 이렇게 열심히 하면.”

동우가 토로했다.

이게 진짜 인생 공부야.”

기택이 훈계하듯 맞받아쳤다. 기택은 허리를 펴며 숨을 돌리고 나서 옆의 통돌이 세탁기 뚜껑을 열어 보았다. 공간은 협소했으나 그는 이곳저곳 플래시를 비추며 깊은 계곡을 수색하듯이 했다. 위쪽 틈새에서 무언가 반짝거리자 그는 갈고리를 조심히 넣어 걸어 올렸다. 그의 두 눈도 반짝거렸다.

, 드디어 하나 건졌다.”

기택이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도금 아닐까?”

동우가 찬물을 끼얹었다.

너는 그.”

상도가 안을 향해 다급하게 휘파람을 불었다. 초로의 남자가 인상을 쓰고 달려오고 있었다. 기택과 동우는 일손을 떼고 고물상에서 빠져나와 상도와 함께 줄행랑쳤다.

, 이 자식들아! 거기 안 서! 털 게 없어서 고물상을 터냐? 할머니를 훔치냐?”

고물상 주인은 부리나케 쫓아갔지만 애들을 이길 수 없었다.

너희들 한번 걸리기만 하면.”

고물상 주인이 허공에 대고 핏대를 세운 채 속절없이 연신 고함을 질렀다.

 

동우는 슬며시 현관문을 닫고 살금살금 거실을 걸었다. 자정이 넘은 적막한 집 안은 도둑이 들어도 모를 일이었다. 안방을 지나려는데 기척이 들렸다. 동우는 걸음을 멈추고 숨을 죽였다.

동우니?”

엄마의 카랑한 목소리가 귀를 찢었다. 동우는 나직하게 응 하고 대답했다.

방으로 들어와 봐라.”

묵직한 목소리가 심사를 뒤틀리게 했다. 동우는 무시할까 망설이다가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엄마와 남자가 침대에 나란히 걸터앉아 있었다. 동우는 그 꼴이 보기 싫어 모자챙으로 눈을 가리고 외면했지만, 곧 터질 듯한 엄마의 날카로운 눈빛과 남자의 인상을 피할 수 없었다.

어디 갔다 왔니?”

엄마가 으레 물었다. 동우는 어떤 변명을 할까 머리를 굴렸다.

상도네.”

거짓말인지 뻔히 알 테지만, 상도와 같이 있다 온 것은 사실이다.

그 망할 모자 벗고 무릎 꿇어.”

남자의 묵직한 목소리가 또 심사를 틀어지게 했다.

이 아저씨는 왜 나만 보면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동우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남자의 카리스마에 거역할 수 없었다. 동우가 무릎을 꿇으며 힙합모자를 방바닥에 내려놓자 남자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거짓말인지는 네가 잘 알 테고. 어디서 뭐 하다 이제야 들어왔는지 이실직고해.”

남자는 속을 꿰뚫고 있었지만 동우는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 열 시 이전에 귀가해야 하는 게 이 집안의 철칙인데 말도 없이 자정 넘어 들어왔으니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게 당연하다. 모두가 말 없는 적막이 동우의 다리를 저리게 했다.

이 아저씨는 나하고 무슨 상관이라고 오지랖인지?’

남자는 폭력을 쓰지 않아 두려울 게 없었지만, 장시간의 무언의 심문은 동우에게 더 죽을 맛이었다.

동우야, 너 그전엔 착했는데, 언제까지 빗나갈 거니? 언제까지 엄마 속을 썩일 거니?”

한 시간이 지나 엄마가 흐느끼며 적막을 깼다.

빗나가기는 엄마가 더 빗나갔지.’

아이러니했다. 엄마는 이 남자와 바람이 나서 이혼하고 재혼했었다. 동우는 부모가 행실이 올바르지 않으면서 자식을 나무라는 게 역겨웠다.

늦었으니 가서 자고 내일 다시 얘기하자.”

남자가 침대에 앉으며 동우의 족쇄를 풀어주었다. 동우는 힙합모자를 집어 들고 엉거주춤 방바닥에서 일어났다.

동우는 절룩거리며 자기 방으로 들어왔다. 힙합모자를 책상으로 던지고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동우는 울화가 치밀었다.

엄마는 아빠가 직장을 잃고 백수가 되기 전에 바람이 났었고 구실 삼아 이혼하고 작년에 기업가인 지금의 남자와 재혼했다. 동우는 그런 엄마와 남자와 아빠 모두 혐오스러웠다. 자신을 불행한 처지로 만든 게 증오스러웠다. 처음부터 갈등이 시작되었다. 지금의 남자를 아버지라고 불러 본 적이 없었고, 엄마와 남자는 그런 그를 못마땅해했다. 그때부터 삐뚤어졌고 수틀린 남자의 구박은 심해졌다. 더욱이 엄마가 남자의 편을 들어 원망스러웠다. 동우는 하루빨리 한밑천 잡아 이 지옥 같은 집구석에서 벗어날 궁리를 했다.

동우는 얼굴을 찡그리고 고뇌하다가 언뜻 길가에 쓰러져 있던 장년이 머릿속을 스쳤다. 동우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기택의 충고가 떠올라서 잠시 망설이다가 번호를 눌렀다.

 

공기가 한정된 병실에 현성이 산소마스크를 쓰고 누워 있다. 머리맡에서 심전도가 그의 인생행로를 나타내고 있다. 심전도로 보아 살아 있는 게 분명하고, 링거 주삿바늘이 꽂힌 손을 까딱거리는 것으로 보아 족적을 돌아보고 있는 것 같다.

행복의 기준이 무엇인가? 불행하지 않다면 행복한 것인가? 한때는 단란한 가정을 이루었으니 행복했다고 할 수 있다. 꿈은 소박했다. 그저 아파트 한 채 마련해서 아내와 두 아이와 오붓하게 살고 싶었을 뿐이다. 중소기업을 다니지만 평범해도 근심 걱정이 없다면 행복하리라 믿었다. 문제는 치솟는 아파트값이었다. 성급한 마음에 직장을 그만두고 빚을 내어 음식점을 크게 벌인 게 화근이 되었다. 경험이 없던 탓에 음식점은 초반부터 고전했다. 설상가상으로 팬데믹으로 인해 위기에 봉착했다. 사채 이자는 고사하고 은행 이자를 갚기도 버거웠다. 게다가 일 년 만에 전셋값이 두 배로 뛰어 반전세로 옮겼는데, 월세와 임차료와 이자를 사채를 빌려 지불해야 할 지경이었다. 이삼년을 버티다가 결국 음식점 문을 닫았을 때는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 있었다. 전셋돈과 임차 보증금으로 사채 일부를 갚았지만 감당하기 힘든 빚이 남게 되었다.

아내는 두 아이와 처갓집으로 가 버리고, 졸지에 거리에 나앉은 현성은 자괴감과 불안에 빠졌다. 해괴한 상황들로 인해 소박한 꿈마저 짓밟힌 피해자. 그는 자신을 학대하며 벌주다가 죽기로 결심했다.

미안하다라고 쓴 유서와 수면제 가득한 편지봉투를 가슴에 품고 길을 걸었다. 숙달된 길을 두고 낯선 길을 택해서 엉망이 되었다. 그는 한숨도 안 자고 물 한 모금도 안 마시며 밤낮없이 걸었다. 통증과 허기와 갈증이 옥죄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자신을 학대함으로써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불빛들은 눈을 부라리고 눈빛들은 비웃는 듯했다. 그는 혼미한 가운데 발을 질질 끌며 걷다가 급기야 길가에 쓰러졌다.

새벽 두 시경에 그는 병원 응급실로 실려 왔다. 탈수증과 저체온증으로 인해 맥박이 약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는 응급 치료를 받은 후 입원실로 옮겨졌다.

손을 까딱거리다가 눈을 떠보니 낯선 곳이다. 다리에 통증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죽은 게 아니다. 현성은 몸을 훑어보다가 손등에 꽂힌 주삿바늘과 가슴에 부착된 전극을 떼어 냈다. 잠시 멍하다가 일어나려고 했지만 어지러워서 다시 누웠다.

깨어나셨네요. 다행이에요.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간호사가 마치 천국에 입성한 것을 환영이라도 하듯이 환히 미소를 지었다.

왜 저를 죽게 내버려 두지 살렸어요?”

현성이 울먹이며 원망스러운 눈빛을 띠었다.

죽기가 그리 쉬운가요? 맥박을 계속 체크해야 하니 이건 다시 붙일게요.”

간호사가 그의 가슴에 전극을 부착하며 말했다. 그녀는 주삿바늘도 손등에 꽂은 후 심전도와 체온을 체크하고 나서 간호일지에 기록했다.

며칠 경과를 지켜보고 안정을 취해야 하니 보호자에게 연락하세요.”

보호자요? 보호자는 없는데요.”

현성이 난감해했다.

 

동우는 얼굴이 상기된 채 경찰서 형사과에서 회색 티셔츠를 입은 강 형사의 책상 앞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세 명의 학생이 길가에 쓰러져 있던 사람 주머니떨이했다는 목격자의 신고가 있었다. 강 형사는 현장의 CCTV 영상을 입수해서 그 장면을 확인했고, 얼마 후 119 구급차가 와서 실고 가는 것을 보았다. 강 형사는 119 안전신고센터에 의뢰해서 신고자의 전화번호를 확보해 연락해서 경찰서에 출두해 진술하라고 했다. 강 형사는 힙합모자를 쓴 학생이 전화를 걸려고 하자 덩치가 제지하는 장면으로 보아, 후에 힙합모자 학생이 신고한 것으로 직감했다. 힙합모자를 쓴 동우가 형사과로 오자 강 형사는 그를 보고 내심으로 쾌재를 불렀다. 강 형사는 동우를 용의자 신분으로 신문했고, 동우에게서 두 친구의 전화번호를 받아 연락해 출두하라고 했다.

기택과 상도가 출두하자 강 형사는 그들을 동우와 나란히 앉혔다. 상도는 뿔테안경 너머로 긴장한 눈빛이 역력했으나 기택은 큰 덩치에 걸맞게 덤덤했다.

너 왜 주머니를 뒤진 거야?”

강 형사가 눈을 날카롭게 하고 위협적인 말투로 기택을 추궁했다.

연락해 줄 만한 것을 찾을 수 있을까 해서요.”

종이에는 뭐 라고 적혀 있었어?”

미안하다요.”

강 형사는 동우가 진술한 단어와 다르면 거짓말의 증거로 삼으려 기대했으나, 기택이 지금까지 진술한 내용은 동우가 진술한 내용과 일치했다. 강 형사는 그들이 출두하기 전에 말을 맞춘 것으로 짐작했다.

그런데 종이는 왜 찢었어?”

소용없어서요.”

강 형사는 어이가 없어서 콧방귀를 뀌며 피식 웃었다.

그러면서 얘는 119에 신고하려고 했다는데 너는 왜 핸드폰을 뺏어서 제지했어.”

잘 아시잖아요. 괜히 신고했다가 오히려 누명을 써서 이런 봉변을 당한다는 것을요.”

뭐 인마!”

강 형사가 인상을 쓰며 윽박질렀다. 강 형사는 그의 대답에 모순이 있으면 허위 진술로 판명하려 했으나 고단수라고 판단했다.

너는 왜 딴전을 피운 거야?”

강 형사가 상도에게 손가락질하며 추궁했다. 상도는 불시의 뜻밖의 질문에 당황하다가 머리를 긁적이며 헤헤거렸다.

관심 없어서요.”

강 형사는 고개를 절레절레하고 119 안전신고센터에 전화해서 환자를 호송한 병원을 물었다.

사마리아병원이요? 알겠습니다.”

강 형사는 인터넷에서 사마리아병원의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연락해서 길가에 쓰러져 있다가 새벽 두 시경에 119 구급차로 호송된 환자를 연결해 달라고 했다. 현성이 전화를 받자 강 형사는 통성명하고 지갑이나 핸드폰이나 도난당한 것 없냐고 물었다. 현성은 지갑과 핸드폰은 안 가지고 있었고 종이와 약이 든 편지봉투가 없어졌다고 대답했다. 약은 이미 간호사가 눈치채고 치운 터였다.

잘 알았습니다, 고현성 씨. 잘 찾아보시고요, 몸조리 잘하세요.”

강 형사는 전화를 끊고서 그들의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해 전과 기록을 조회했다. 기택에 대해서는 일말의 기대를 가졌으나 세 명 다 없었다. 범죄 정황이 확실하나 증거가 불충분하고 전과 기록이 없어 더 이상 묶어 둘 수 없었다.

이만하고, 다 돌아가라.”

세 친구는 의자에서 일어나 강 형사에게 승리의 미소를 보내고서 의기양양하게 걸어 나갔다.

 

경찰서를 나와 기택은 동우와 상도를 으슥한 곳으로 데려갔다. 옹기종기 서 있는 중에 기택이 눈을 부라리며 씨근덕거리고 동우와 상도가 그의 눈치를 보았다. 기택은 분을 참지 못하고 입술을 잘근잘근 씹다가 동우의 발 앞에 침을 퉤 뱉었다.

너 인마, 내가 분명히 들통난다고 신고하지 말라고 했는데 왜 기어코 신고했어?”

죽어 가는 사람을 방치할 순 없잖아.”

동우가 입을 삐죽거리며 대꾸했다.

이 자식이 뭘 잘했다고 또.”

기택의 큰 주먹이 동우의 안면을 강타했다. 동우는 !” 소리를 내며 고꾸라졌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눈물을 찔끔 흘렸다. 동우는 입만 거칠던 기택이 폭력을 쓰니 두려웠다. 상도는 놀라서 꼼짝 않고 쩔쩔맸다.

어차피 죽으려고 작정한 사람이잖아. 소원대로 죽게 내버려 두면 되지, 신고를 해서 위험하게 해.”

기택이 묵직한 목소리로 훈계했다. 동우는 가당찮아서 오기가 발동했다. 벌떡 일어나 기택에게 돌진해 머리로 들이받았다. 기택은 동우를 붙잡고 뒤로 자빠졌다.

! 이 자식 봐라.”

기택은 동우를 엎어뜨려서 동우의 안면을 인정사정없이 갈겼다.

그만 때려!”

상도가 울먹이며 소리를 질렀다. 기택은 고개를 돌려 상도를 쳐다보다가 동우를 내버려 두고 상도에게로 갔다. 기택이 노려보며 주먹을 들어 올리자 상도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움찔했다. 기택은 어이구, 하며 허공을 내리쳤다. 기택은 한숨을 쉬고서 엉거주춤 앉아 있는 동우의 옆에 가서 앉았다. 그는 동우의 부어오른 얼굴을 흘깃 보고서 양말목에서 담뱃갑을 꺼냈다. 담배 한 개비를 집어 동우에게 내밀었다. 동우는 무시하고 앞만 응시했다. 기택은 담배를 입에 물고 담뱃갑에서 노란 플라스틱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담배를 한 모금 빨고 후 내뿜었다.

너무 분통해하지 마라. 나한테 맞았지만 나를 자빠뜨렸으니 비긴 것 아니냐. 지금까지 나한테 덤빈 놈은 없는데, 너는 상남자다.”

기택이 불씨가 살아 있는 담배를 동우에게 건넸다. 동우는 담배를 건네받아 입에 물고 한 모금 빨았다. 콜록하고서 다시 빨았다. 기침은 이제 나오지 않았다.

더는 얘기하지 않을게. 겪어 봤으니 잘 알 것 아니냐.”

그런 경우에는 나는 또 신고할 거야.”

동우가 단호하게 대꾸했다. 싸늘한 공기가 흘렀다. 기택은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너희 집은 잘살아서 재미 삼아 하는지 몰라도, 나는 생존을 위해 하는 거다. 알다시피 나는 부모를 일찍 여의고 고아 아니냐. 나도 이 짓 좋아서 하는 것 아니다. 우리 같은 애들이 돈벌이할 데가 어딨냐. 동생들 먹여 살리려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지.”

상도가 슬금슬금 기택의 옆에 와서 앉았다. 기택이 담배 한 개비를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상도는 습관적으로 두 손바닥으로 막았다.

나는 건달기를 물려받았다고 하지만, 너는 이해가 안 돼. 공부도 잘하고 얌전한 애가 왜 이런 일에 끼는지.”

말했다시피 나는 남들이 쉽게 경험하지 못하는 일들을 경험해서 훌륭한 소설을 쓰고 싶어서야.”

기택이 피식 웃고 담배에 불을 붙여 그에게 건넸다.

그러면 담배도 피워 봐야지.”

 

미영은 화장실 변기에 앉아 흐느끼고 있었다. 세상살이가 억울했다. 아파트와 팬데믹 사이에 낀 넛크래커 신세가 되어 졸지에 삶이 부서졌다. 현성과는 사내 커플이었다. 외모는 평범하지만 성실한 면에 마음이 끌렸다. 사내 결혼으로까지 이어져 맞벌이하며 소박한 꿈을 키웠다. 아들딸 하나씩 낳아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었지만 넉넉하진 않아도 오순도순 살았다. 불행은 소박한 행복마저 시기한다. 생전 처음 겪는 상황에 성급한 마음이 화근이었다. 엎친 데 덮쳐 삶이 파괴되었다. 빚도 제대로 갚지 못하고 거리에 나앉아 애들을 데리고 친정집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친정 부모가 비워 준 건넌방에서 애들과 함께 지내야 했다. 애들을 키워야 하기에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음식점 주방에서 생고생하고 있다. 자기 말을 듣지 않은 남편이 원망스럽다.

노크 소리가 들렸다.

미영 씨! 화장실에 왜 이렇게 오래 있어? 변비야? 전화벨 자꾸 울리니 빨리 전화 받아.”

음식점의 여주인이 재촉했다. 미영은 네, 하고 대답하고서 볼일도 보지 않은 변기 물을 내렸다. 화장실을 나와 핸드폰을 확인하니 웬수에게서 왔다. 미영은 통화 버튼을 누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희 엄마, 나야.”

남편의 애절한 목소리였다. 미영은 울화가 치밀었다. “전화도 하지 말라니까 왜 전화해!”라고 쏘아붙였다. 여주인과 종업원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엉겁결에 병원에 있는데, 보호자가 필요하다고 해서.”

미영은 기가 막혔다. 왜 이렇게 계속 속을 썩이는지.

보호자? 당신 부모님 두고 왜 나한테?”

미영은 삶을 망가트린 현성이 꼴 보기 싫기도 하고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고 애들을 키울 수 없기에 이혼을 고려하고 있었다.

그녀는 바쁘니까 끊어!”라고 매몰차게 말하고서 종료 버튼을 눌렀다. 그녀는 제자리에 주저앉아 한탄스러워 눈시울을 적셨다. 여주인이 다가와서 미영 씨, 괜찮아?” 하며 어깨를 만지자 그녀는 , 괜찮아요라고 대답하고서 주방으로 향했다.

미영은 밤 열 시가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식탁에서 멸치를 다듬던 친정 엄마가 일어나 맞아 주었다. 막내딸인 미영은 비록 친정 엄마지만 죄스러웠다. 방 두 칸짜리 소형 아파트가 자기들로 인해 비좁아 보였다.

아빠는?”

미영이 찬거리가 든 검은 비닐봉지를 식탁에 내려놓으며 물었다.

아빠는 주무셔.”

칠순을 넘긴 친정 엄마는 오늘따라 안색이 어둡고 더 늙어 보였다. 미영이 엄마, 무슨 일 있어?”라고 묻는데 애들이 건넌방에서 잠옷 바람으로 나와 엄마!” 하며 달려왔다. 미영은 한방에서 불편하게 같이 지내는 애들이 안쓰럽고 미안했다.

너희들 여태 잠 안 자고 뭐 해?”

할아버지하고 놀고 엄마 기다리고 있었지.”

작은애가 천연덕스럽게 헤헤거리며 대답했다. 미영은 애들을 다독여 주고 나서 가서 자라며 건넌방으로 보냈다.

미영은 친정 엄마와 식탁에 앉아 함께 멸치를 다듬으며 그녀의 그늘진 안색을 신경 썼다.

고 서방 소식 들었니?”

친정 엄마가 멸치 똥을 빼내며 물었다. 미영은 일손을 멈추고 멸치 대가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오죽하면 전화했겠니. 무슨 일이 있는지 한번 가 봐라.”

친정 엄마도 일손을 멈추고 막내딸을 바라보며 말했다. 미영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그 인간 꼴도 보기 싫어. 질식해 죽을 것 같아.”

친정 엄마가 막내딸의 손등을 잡았다.

미영아, 미우나 고우나 네 남편 아니니. 아이들도 생각해야지. 너희보다 더한 사람들도 살아가는데. 우리한테 빌려 간 돈은 신경 쓰지 마라. 우리야 그것 없이도 살면 되니까. 안방을 내줄 테니 고 서방 데려와 살아라. 아직 젊으니까 둘이 열심히 벌어서 빚 갚고 기반 잡힐 때까지 살아.”

미영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 몰라, 엄마.”

 

현성이 윤 간호사와 사활을 걸고 실랑이하고 있다. 현성은 어제저녁부터 병원에서 제공한 식사를 세 끼째 거부하고 단식하고 있다.

식사도 안 하시고 주삿바늘도 자꾸 뽑으시니 악화되잖아요.”

퇴원시켜 주면 먹겠다고 했잖아요. 본인이 퇴원하겠다는데 못하게 하는 게 말이 돼요? 치료비와 입원비는 나중에 갚겠다고요.”

현성이 초췌한 몰골로 심각해하는 윤 간호사에게 사정했다. 윤 간호사는 그의 병세도 그렇지만 자살 낌새를 챘기에 그럴 수 없었다.

병원비를 떠나서 환자분 상태가 어떤지는 잘 아실 것 아녜요. 우선 보호자를 부르라고 했잖아요.”

아내한테 연락했지만 바쁘다는데 어떻게 해요.”

현성이 비통한 표정으로 하소연했다. 윤 간호사는 사정이 복잡해 보이는 그를 마냥 다그칠 수 없었다.

어느 정도 회복되면 퇴원시켜 드릴 테니 식사 먼저 하세요.”

윤 간호사가 현성을 회유하고 뒤돌아서는데 문 앞에 힙합모자를 쓴 학생이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 윤 간호사가 누구 면회 왔나요?”라고 묻자 그는 고현성 씨요라고 대답했다.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고 현성을 가리키자 그가 안으로 들어와 다가왔다.

나를 아니?”

현성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동우는 그의 얼굴을 살펴보더니 제가 119에 신고했어요라고 대답했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내가 고마워해야 할지는 모르겠구나. 내가 걱정이 되어서 찾아온 거니?”

동우는 아니요. 용서를 구하러 왔어요하며 무릎을 꿇었다. 현성은 더욱 의아했다. 죽기를 작정한 사람을 살린 게 용서받아야 할 짓인지?

제가 아저씨 주머니를 뒤졌어요.”

현성이 ?”이라고 하고 윤 간호사가 어머라고 했다.

그럼 네가 종이와 약 봉투를 어떻게 한 거니?”

종이는 한 친구가 홧김에 찢어 버렸지만 약 봉투는 그대로 뒀었어요.”

윤 간호사가 약 봉투는 제가 치웠어요라고 답변해 주었다. 윤 간호사는 이따 다시 올게요라고 말하고서 병실을 나갔다.

현성이 일어나라고 하니 동우는 용서하기 전에는 일어날 수 없다고 했다.

잃어버린 것도 없고 나를 살려 줬는데 용서하고 말게 뭐 있니. 내가 고마워해야지. 어서 일어나라.”

현성이 동우의 팔을 잡고 일으키자 그는 무릎을 펴고 일어났다.

그러면서도 119에 신고하고 용서를 빌러 오다니 착하구나.”

현성은 침대맡에 등을 기대고 앉으며 힙합모자를 힐끔 보고 그가 돌아가기를 기다렸다. 식판에 놓인 식은 밥과 국을 바라보는 중에 두 아이의 얼굴이 눈앞을 스쳤다.

저 궁금한 게 있어요.”

동우가 그의 상념을 깼다. 현성은 고개를 돌리고 나한테?”라고 물었다.

왜 자살하려고 하신 거예요?”

동우가 그의 상처를 드러냈다. 현성은 직설적인 동우의 얼굴을 아랫입술을 깨물고 빤히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종이에 적힌 내용과 수북한 수면제를 봤으니 그렇게 추측했겠지.”

그것만 아니면 119에 신고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현성은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사람의 생사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생각했다.

너도 어른이 되면 알겠지만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어. 나도 그 일이 있기 전에는 직장에 다니며 아내와 두 아이와 오붓하게 살았어. 넉넉하진 않지만 행복했고 소박한 꿈을 가졌지. 그 조그만 행복과 꿈은 광풍이 불어닥쳐 일순간에 날아가 버렸어. 성급한 마음에 직장을 그만두고 빚을 내어 음식점을 크게 벌였다가 거리에 나앉고 감당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지. 아내는 두 아이와 처갓집으로 가고 홀로 남은 나는 자괴감과 불안에 빠져 나를 학대하며 벌주다가 죽기로 결심했지. 사흘 밤낮을 한숨도 안 자고 물 한 모금도 안 마시며 쉬지 않고 길을 걸었지. 수면제를 삼키고 싶어도 두 아이가 눈에 밟히고 나를 편히 보낼 수 없어서 그러지 않았지. 깨어 보니 여기에 누워 있더구나.”

아저씨 비겁해요.”

뜻밖의 언사에 현성은 동우를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비겁하다고?”

저는 비록 엄마가 바람이 나서 아빠와 이혼하고 다른 남자와 살아 모순된 어른과 사회가 혐오스러워서 빗나간 행동을 하지만 제 길을 헤쳐 나가려고 발악이라도 하잖아요. 빚도 안 갚고 남아 있는 사람들 팽개치고 혼자 편히 죽겠다니 비겁한 거죠.”

 

동우는 밤늦게 집으로 돌아왔다. 여느 때와 같이 도어록에 비밀번호를 입력한 후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해피가 꼬리를 치며 달려와 반겨 주었다. 거실에 불이 켜져 있었다. 엄마와 남자가 소파에 나란히 앉아 뉴스를 시청하고 있었다. 롤러코스터를 탄 세계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내용이 보도되고 있었다. 동우는 비장한 표정으로 소파로 다가갔다. 엄마와 남자가 벽걸이 시계를 쳐다보았다. 열 시 전이었다. 동우는 힙합모자를 벗고 남자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임 사장과 장 여사는 시간을 다시 확인한 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 두 가지 부탁 좀 들어주세요.”

아버지?”

임 사장과 장 여사가 희한해하며 동그래진 눈을 서로 마주쳤다. 그들은 내심 흐뭇해했다.

너 나한테 부탁하려고 아버지라고 부른 거니?”

.”

동우가 당당하게 대답했다. 임 사장은 그렇더라도 기분 나쁘지 않았다.

무슨 부탁인지 그렇게 거창하게 구니? 들어나 보자.”

졸업하면 취직해서 갚을 테니 돈 좀 꿔 주세요.”

돈을 꾸어 달라고?”

임 사장이 다리를 꼬며 눈을 찡그렸다. 장 여사는 한숨을 쉬고 너 또 나가 살겠다고 그러는 거니?” 하며 나무랐다.

아뇨, 바른 길로 가도록 불우한 친구를 도우려고요.”

불우한 친구?”

임 사장과 장여사가 의아해하며 동우의 눈을 응시했다.

또 하나는 뭐니?”

곤경에 처해 자살하려다 입원해 있는 아저씨가 있는데 취직 좀 시켜 주세요.”

어머, 얘가 하루아침에 딴판이 되었네. 다시 동우로 돌아왔구나.”

장 여사가 입가에 미소를 띠고 눈시울을 훔쳤다. 임 사장은 동우에게 일어나라고 했다.

부탁을 들어 주시기 전에는 일어날 수 없어요.”

부탁을 들어 주면 너는 나에게 뭘 해 줄 거니?”

공부 열심히 할게요.”

임 사장은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알았으니 일어나고, 다시는 내 앞에서 무릎 꿇지 마라.”

임 사장은 동우의 팔을 잡고 그를 일으켰다.

다음 날 임 사장은 동우와 처음으로 동승하고 사마리아병원으로 향했다. 잔뜩 찌푸린 하늘이지만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임 사장은 응어리가 풀린 기분이었고, 힙합모자를 벗어 버린 동우는 전과 달리 표정이 밝았다.

병원에 도착해서 임 사장은 동우를 따라 입원실로 향했다. 간호테스크를 지나는 중에 동우는 업무를 보고 있는 윤 간호사에게 누나,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했다. 그녀는 그를 보고 어머, 동우 학생하며 반가워했다.

입원실에 도착해서 임 사장은 문 옆 표지판에 있는 환자 이름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동우를 뒤따라 들어가서 임 사장은 현성을 보고 씩 웃었다.

고 과장.”

침대에 앉아 아내와 대화를 나누고 있던 현성은 그를 보고 깜짝 놀랐다.

사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