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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떡국/ 김명석/ 현대계간문학
솔랭코
2023. 4. 1. 12:36
하나님의 은혜로 '어머니의 떡국' 시가 <현대계간문학> 2023년 봄호에 실렸습니다.
어머니의 떡국
정월 초하룻날 어슷썰기로 어머니의 허리가
서쪽 하늘가 초승달처럼 굽으셨네
일생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길을 걸어오시느라
허리가 기울고 무릎이 퇴행하였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도생의 길에서
어머니는 소화 못할 진수성찬보다는
손수 끓이신 떡국을 먹이시길 원하셨네
굽은 허리를 쑤시는 무릎으로 지탱하고서
거무스름한 손으로 흰떡을 끓이셨네
떡국에서 어머니의 냄새가 물씬 풍기네
텃밭이 고뿔에 걸려 고명이 소박해도
어머니가 손가위로 삭둑삭둑 자르신
갓김치 배추김치와 곁들인 맛은 모정이네
나이 먹어도 노모가 끓여 주신 떡국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복 중의 복이네
허리가 굽으신 어머니께 허리 굽혀 세배 드리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게 오래 사시라고 하지만
평생 어머니의 떡국을 얻어먹고 싶네
소반은 어머니 잠자리 위에 있어서
냉골이라도 따뜻하고 포근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