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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의 떡볶이 사랑/밥 한 공기/김명석/미래시학

솔랭코 2023. 3. 20. 10:06

하나님의 은혜로 '노부부의 떡볶이 사랑' '밥 한 공기' 두 편의 시가 미래시학 2023년 봄호에 수록되었습니다.

 

 

노부부의 떡볶이 사랑

 

 

학생들이 주빈인 빨간 음식점에

칠십 벌의 옷을 껴입은 노부부가 스스럼없이 들어와

플러스마이너스가 제로가 되는 사인용 식탁에 자리 잡았다

마주 앉은 노부부 옆은 집에서도 늘 그렇듯이 빈자리다

자식들이 일 년 중 몇 번만 채울지라도

옆에 빈자리가 놓여 있어야 마음이 편하고

서로를 바라보는 자리가 비워 있지 않은 게

기쁘고 행복한 일이다

소싯적 데이트할 때 즐기던 떡볶이를

늙어서도 추억을 간직한 채 함께 나누는

자리가 다정하고 아름답다

떡볶이를 먹는 자리라도

머리가 떡볶이떡처럼 새하얀 노신사는 양복을 입고

고추장소스 같은 립스틱을 바른 노부인은 정장을 입고

맞선 때처럼 서로 예의를 갖추고 품위를 지켰다

인덕션의 플러스마이너스처럼

애환이 서리고 티격태격했을지라도

제로를 향해 해로하는 사랑이 매콤달콤하다

 

 

밥 한 공기

 

 

밥상 위에 오르기까지

 

꼿꼿이 서서 몇 달 동안 하루도 쉬지 못한 채

병충해와 참새 떼와 태풍을 견디면서

이삭을 한 알 한 알 애지중지 익히고

 

겉겨는 물론 속겨까지 허물을 벗고

깨끗이 한 후

뜨거운 열을 감내하며 거듭 익혀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난다

 

인고와 정성으로 빚고

햇살과 비바람과 태풍을 소화한 한 톨 한 톨이 뭉친

밥 한 공기는 훈훈하고 든든해

밥심이 솟는다

 

1365일 매끼 밥상의 중심에서

집안의 기둥이 되고 일터의 활력이 된다

 

고봉밥은 엄마의 마음이고 이모의 인심이다

 

비울수록 채워지는

밥 한 공기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