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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봄
솔랭코
2022. 3. 1. 09:54
첫봄
봄비가 은근살짝 내리며 봄이 고개를 내밀었다
공중의 찬 기운은 자식을 살포시 어루만져 주는 엄마의 손길로 변하고
얼었던 대지를 봄비가 녹이며 젖을 먹이고
겨우내 시리던 나뭇가지에 봄바람이 살랑거리며 봄기운을 돋운다
혹한에 벌거벗은 나무에 겨울은 옷을 입혀 주지 않았지만
의연하게 추위를 이겨낸 나무는 나이테만큼 성장했다
나이테에 새 꿈이 맴돌고
나뭇가지에 겨울의 각질이 벗겨지고 봄의 새살이 돋는다
공중을 얼리던 찬 입김은
봄빛에 녹아 아지랑이로 눈앞에 아롱거리고
봄 햇살을 머금은 호수는 봄바람에 윤슬로 싱숭생숭하고
강물은 봄바람을 타고 넓은 봄 바다로 향한다
산과 들에는 산들바람이 산들거리고
겨울잠을 자던 대지가 어깨를 펴고 기지개를 켠다
겨울에 갇혀 있던 생명들이 탈출해
봄의 국경선을 넘고 새 희망의 숨을 크게 내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