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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한 낙엽

솔랭코 2021. 12. 18. 15:47

설한 낙엽

 

 

열두 가지에서 숫자들이 길섶에 떨어져

음풍에 뒹굴고

눈이 눈 깜짝할 사이에 소복이 쌓여

소복을 입힌다

 

떨어지는 것과 내리는 것의 차이는

모나고 둥근 차이

 

겨울잠을 자는 것에는 숫자가 없다

 

늘 푸른 상록수도 숫자가 필요 없겠지

 

달력에는 해가 한 번밖에 안 뜨고

달이 열두 번 뜨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지고 말기에

숫자들만 대롱대롱 매달려 순번을 기다린다

 

떨어진 것에는 순번이 없다

떨어지는 것에 매겨지는 순번들

 

몇 개 안 남은 숫자들이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곧 해가 뜰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