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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을 보내며

솔랭코 2014. 9. 26. 08:26

님을 보내며

 

 

자당님 가셨군요

떠나신단 말씀 없이 말없이 가셨군요

님을 마지막으로 뵌 지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한데

확연한 모습 다시 뵙기도 전에

어렴풋한 모습만 남기시고 가셨군요

구순 넘어 얼굴 온통 주름 가득하실 것이나

제 기억엔 곱디고운 모습뿐입니다

 

근 사십 년 전

중학교 시절 막내와 만나

자당님 지금 저희 나이 무렵에

공덕동 기찻길 옆 오막살이에서

웃으시며 반겨주시던 모습으로 처음 뵈었습니다

저는 지금 그 기억만 생생합니다

자당님을 처음 뵙기 일 년 전

어머니를 여의고

자당님을 어머니로 여기며 살았는데

불현듯 비보를 들으니

가슴이 찢어짐을 금할 길 없습니다

 

막내 군대시절 신림동에서

한창때 사랑하시던 님을 먼저 보내시고

그것도 모자라

자식마저 먼저 보내셨으니

박복한 인생을 사셨군요

그래도 남은 자식들 잘되기를 헌신하시며

웃음을 잃지 않으셨습니다

 

백세 넘어 기체후 만강하시며

기쁜 소식 안고서 장수하셨으면 좋았으련만

운명이니 어떡하겠습니까

사십 년이 지나 마지막으로 그때 그 모습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불러 봅니다

어머니!

 

<2014.9.25. 죽마고우 자당님 별세 소식을 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