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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소리와 정경

솔랭코 2021. 4. 3. 13:19

봄의 소리와 정경

 

 

벙그는 봄이 수다를 떨고 있다

몸에 붙은 귀같이 젖내 나는 꽃망울이

벙글벙글 터지는 소리

하얀 나비가 살랑살랑 날아와

만개한 꽃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사랑해

꽃 입 깊숙이 혀를 들이밀고

감빨며 키스하고 있다

삼짇날 돌아온 제비가 논흙을 물고 와

집주인의 허락에 상관없이 처마 밑에 보금자리를 치고

지지배같이 지지배배 하고 있다

묵시적 갱신 하에 아파트처럼 해묵은 제비 집을 리모델링도 하고

월세는 제비 집 밑에 옵션으로 달린 똥받기에 싸는 제비 똥

새똥이 사람 똥보다 깨끗하다고

돌담에서 애기똥풀이 해맑게 훈수한다

거문고를 타며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에

깨어난 개구리가 개굴개굴 봄의 부활을 노래하고 있다

봄이 기지개를 켜며 공중에 아지랑이가 아른아른하다

귀가 아른아른해도

꽃망울 터지는 소리 나비 속삭이는 소리 애기똥풀 해맑은 훈수

봄의 소리는

깨끗한 마음으로 듣는다

그루잠을 자도 지구축이 돌고 있다

돌고 돌며 본향으로

부활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