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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의 문

솔랭코 2020. 8. 8. 17:12

입추의 문

 

 

가을이 노크해도 반가이 문을 열지 못함은

먹구름이 걷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먹구름 속에

아쉬움과 두려움의 곰팡이가 피고 있기 때문이다

비에 그렇게 젖었어도 삭막해진 마음속에 먼지가 쌓여 쿨럭댄다

끊임없는 비바람에 남은 것은 설익은 낙과뿐이다

가을의 설렘보다는

푸른 시절을 허무하게 흘려보낸 아쉬움과

성큼 잇따를 겨울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폐허를 딛고 돋아나는 쑥의 향을 맡으려 코를 벌름거려 본다

어둠이 극도로 발악하는 동틀 녘

먹구름이 걷히면 쏟아질 햇살에 눈뜰 수 있으리라

오랜 어둠과 고뇌가 거름이 되고

쏟아지는 빗줄기에 가슴에서 물꽃이 수없이 피어날 희망을 갖으며

입추의 문을 열고 가을에 발을 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