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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의 호수

솔랭코 2020. 7. 15. 10:54

오리의 호수

 

 

해가 요 위에서 낮잠을 자는 한가로운 한낮

광교산 맑은 물 잔잔히 여행하는 수원천 웅덩이에서

오리 가족 발레단이

화성행궁 오케스트라 비둘기 참새 울음소리에 맞추어

정겨이 공연하고 있다

푸른 초목을 배경으로

거울처럼 비치는 투명한 무대에서

느린 발짓하며 유유히 유영하기도 하고

부리로 몸단장하기도 하고

갯바위에 서서 멍 때리기도 하며

아다지오 정경이 펼쳐지고 있다

 

바람의 지휘에 버들가지 갈대가 연주하며 왈츠가 흐르니

오리들이 경쾌하게 군무를 펼친다

날개를 푸드덕거리기도 하고

빠른 발짓하며 물살을 가르기도 하고

부리로 상대를 쫓기도 하고

발롱 하고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 위를 뛰기도 한다

느림보 붕어 메기가 놀라서 푸덕거리고

객석에서 개망초 개꽃아재비 쇠스랑개비가 재미있게 웃고

발레 마스터 백로가 날카롭게 지켜보는 가운데

해가 눈을 비비며 끔벅거리고 있다

 

 

※ 아다지오: 발레에서 슬로우 템포의 율동

※ 발롱: 발레에서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율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