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랭코 2020. 6. 21. 13:59

숨터

 

 

단비에 눈뜬 떡잎들 배주룩배주룩 돋고

본잎들 햇살 따라 성큼 올라 키 재기 한다

하나둘씩 달린 푸른 고추 한 입 베어 맛보고

인생의 쓴맛을 잊지 않고

향긋한 내음 풍기는 깻잎을 씹으며

인생의 단맛을 기억한다

비 오는 날 심은 열무는

잎이 무성하고 땅속에서 태동하고

하얀 꽃 만발을 꿈꾼다

넓은 호박잎은

하트를 발산하며 세상을 품어 주고

꽃망울 고개를 내밀고 호박이 열리기를 고대한다

깊은 주름이 파여도 단단하고 다디단

늙은 호박은 행복하리라

햇살 머금은 상추는 윤기 나며 싱싱하고

한 잎 한 잎 따며 수확의 기쁨을 누린다

개망초는 햇볕에 프라이 한 계란꽃을 피우고

처진개벚나무는 산바람에 땅에까지 처진 기다란 가지를 흐느적거리며

쉼 없이 일해 흘린 땀을 식혀 주고 있다

참나무로 둘러싸인 터에서

도토리 키 재기 한 세월을 참마음으로 돌이키고

딸을 낳아 심은 오동나무로 만든 평상에

다리를 꼬고 누워 숨을 돌리니

산바람이 귓가에 쓴맛 단맛 다 본 추억을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