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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
솔랭코
2020. 6. 8. 17:00
사지
하루가 이슬로 맺힌다
이파리에 목매달았던 이슬이
목숨을 연명하는 연못에 떨어져 파동이 인다
발버둥 칠 힘마저 사지에 갇혀
고통 없는 안식을 목전에 둔 잉어는 들숨 날숨 없다
푸른 잔디에서 활발하게 먹이를 쪼아 대는 비둘기처럼
수면에서 촐싹대며 헤엄치는 오리처럼
날갯짓할 수 있다면
물 위로 올라 맑은 공기를 한 모금이라도 마실 수 있으련만
머리와 몸통이 분리된 채 뼈다귀로 지탱하는 잉어는
미동조차 할 수 없다
한 줄기 빛을 향해 비상하기를 바라던 꿈은
사지에서 악몽이 되었다
마지막 숨을 거두는 잉어의 마지막 꿈은
죽음의 연못에서 벗어나 허공에서 날갯짓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