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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사는 삶

솔랭코 2020. 5. 25. 10:15

나로 사는 삶

 

 

나는 태어날 때 내가 태어났는지도 알지 못했다

응애 소리를 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몇 살에 내가 나인 줄을 인식했는지 모르겠다

어릴 적 추억이 어렴풋이 스치는 기억뿐

철부지 때 엄마를 잃고 나서야 내가 나인 줄을 알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도 나는 내가 나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를 파악하려 날마다 나를 분해하고 다시 맞춰 보기도 한다

다만 잘못 맞추어서 삐거덕거린다

내가 장애인으로 태어났다면 나는 내가 장애인으로 알았을 것이다

어쨌든 사람은 태어난 후로 점점 장애인이 되어 간다

내가 한갓 정육점이라는 것은 안다

정신과 육체가 때론 조금씩 때론 대폭 난도질당하는 곳

부딪히는 삶 속에

결국 먹어야 살 수 있는 고깃덩어리

힘들고 괴로울 땐 내가 나인 줄 인식 못하고 사는 게 편할 수 있다

얼마나 이러한 삶을 살아야 하는지 모르고

비록 아직도 내가 나인 줄 잘 모르지만

하루하루를 내가 나로서 충실히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