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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은사님과의 첫 통화

솔랭코 2020. 5. 15. 07:01

오늘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스승에 대한 시를 올립니다.



노 은사님과의 첫 통화

 

 

불현듯 3년 후배의 전화

다짜고짜 노 은사님 얘기에

몇 년 전에 넘어져서 머리를 다치셨기에

놀라서 입방정을 떠니

노 은사님께서 처녀 출판에 대해 궁금해하신다고 하여

가슴을 쓸어내리고 전화번호를 받아 전화를 드린다

진즉에 전화를 드렸어야 했는데

졸업하고 40년이 지나서야 하는 첫 통화에

노 은사님이시냐고 여쭈니

누구냐고 묻지도 않고 배은망덕한 제자를 반갑게 맞아 주신다

안부를 여쭈니

괜찮다고 하시면서 기억력 감퇴를 걱정하신다

어쩌면 저산樗散40년 동안 은사님께 할 도리를 못한 건망증 환자였으리라

전력電力을 가르쳐 주신 노 은사님

그 배움과 그 전력電力의 힘으로 살아오고 터를 닦았는데

교풍이 서린 용산의 졸업 30주년 기념식장에서 졸업하고 30년이 지나서야 인사드리고,

3년 전 안성 풍산개테마공원 한마음 큰 잔치에서 교풍이 서린 에세이를 드렸는데

이듬해 원주 칠봉체육공원에서 인사드리니 보자마자 자네 책 잘 읽었네하시던 노 은사님

작년 말 40주년 기념식 때 자네 책을 전해 받았는데 인사도 제대로 못했네하시는 겸손에 낯부끄럽기 그지없다

연로하시고 몸도 예전만 못하실 텐데 글을 쓰신다고 하니 대단하시고

처녀 출판이 실현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학교에 대한 추억을 벗처럼 허물없이 이야기해 주시는 노 은사님

22분간의 통화에 노 은사님의 인생을 어찌 다 이해할 수 있을까마는

제자들을 극찬하고 애지중지하는 마음 깊기 한이 없다

통화 후에도

아까는 오랜만에 전화 줘서 반갑고 시간 많이 해서 미안하다고 하시고

지명한 제자들과 여러 동문들에게도 안부 전해 주고

아직 노 선생 그런대로 잘 지내고 있다고 전하라고 하시고

어떤 부담되는 일 없도록 신신당부하며

청평 오는 길 있으면 차 한잔 나누자고 하시고

모두들 하는 일 잘되기를 바라고

제자들 사랑하는 맘 항상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신 노 은사님

지명한 제자들에게 안부 전한 것을 아시고는

고맙다고 곰비임비 메시지를 보내신 노 은사님

노 은사님께서 제자들을 생각해 주시는 것에 비해 제자들은 노 은사님을 얼마나 생각해 드릴까?

40년이 지나서야 철들어 노 은사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공부뿐만 아니라, 인격과 인생을 배운다

산수 수려한 청평, 북한강 변에서 자적하시는 노 은사님에게 잘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