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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뿌리기 좋은 날

솔랭코 2020. 5. 13. 14:34

씨 뿌리기 좋은 날

 

 

해발 100m 산 위에 구름이 낮게 깔리고

밭에 하나씩 피어난 하얀 파꽃이 해갈을 갈망하고 있다

버려진 가파른 정상도 깎고 일구어

소산의 기쁨과 행복이 기대된다

볼품없는 줄기 같아도

파도 꽃을 피우고 부추도 꽃을 피운다

호박까지도.

달걀 같은 파 꽃망울이 개화를 꿈꾸며 꿈틀거리고

구름이 빗방울 뿌리며 부화를 재촉한다

등산복 차림의 길손이 길을 물으며

낯선 이와 말동무 삼아

마라톤 하며 달려온 희수의 발자취를 끝없이 더듬는다

울창한 나무 아래 돗자리 깔고

자농 한 더덕과 김치를 곁들여

꼬불꼬불한 길 같은 라면발을 맛보며

비를 맞는 벗들도

비가 개면 흔적 없이 사라질 길손이려니.

비가 내리는

땅에 고랑을 내고 열무 씨앗을 뿌린다

오늘

씨 뿌리기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