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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김균태) 시인의 '바람에 관한 몇 개의 상상과 사유에 대하여'
솔랭코
2019. 8. 3. 09:07
바람에 관한 몇 개의 상상과 사유에 대하여
바람을 느낀다는 건
꽃잎의 미세한 떨림을 감상하는 일이거나
감나무 가지 끝 여린 꽃망울의 꼼지락 같은
감겼다 풀렸다 소스라치는
전선줄 위의 쭈볏한 봄빛이었다가
앞마당 장광 위 햇살을 거슬러 쿨럭쿨럭 문지방 넘는
바튼 기침소리 같은, 터주의 혼령 같은
휘파람 소릴 듣는 일이거나
고양이 봄 마중 같은 사뿐거림일 게다
앞 화단엔, 벌써
바람도 제 모습을 형체로 내밀고저 기웃거린다.
장난기 많은 봄일수록
우편함 가득 몰고 오는 꽃 소식이거나
둥글게 말린 고양이 울음 속
꼬리를 물고 오는 발그레한
연분홍 철쭉의 살랑거림일 것이다
바람을 만난다는 건
내가 꽃잎이 되고 꽃잎이 내가 되는 상상과도 같이
땡그랑 땡그랑 지느러미를 흔드는
풍경 속 바다처럼
내가 바람이 되고 바람이 다시 물결이 되는 그런
시안詩眼 속 작은 떨림 같은 것 일게다
춘삼월, 가지마다 두근두근 귓불을 간질이는
봄 사랑, 그런 속삭임 같은
부드러움일 것이다
※ 정원(김균태) 시인의 시집 〈바람에 관한 몇 개의 상상과 사유에 대하여, 시산맥사, 2016〉에서
※ 김균태 시인 : 2009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