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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록선 작가 추모시> 75.

솔랭코 2018. 8. 31. 18:41

<하록선 작가 추모시>

 

75.

 

겨울아, 마음이 그렇게 급했는가

한여름에 서릿발이 서니 너무 모질구나

온몸을 싸늘하게 하니

한 세기 만의 미친 폭염에도 등골이 시리다

 

어두움이 그대를 삼켰구나

금단의 선을 넘어서니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고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어 서럽구나

흔한 꽃도 겨울에는 귀한 것일 진데

때아닌 겨울을 맞아 그대가 더욱 그립구나

 

무더위에도 마음을 어두움에서 건져내려

땀방울과 발바닥이 집을 찾았는데

간절한 목소리가 귀를 울렸는데

회심과 희망을 얻은 마음이 무너지니 가슴이 찢어진다

 

진실하고 순수하고 진지하고 겸손한 마음이

한순간에 서릿발이 되었구나

부친을 그리워하고 모친을 사랑한 마음

을 사랑하고 존경한 마음

불편하게 함과 폐 끼침을 괴로워한 마음

그 마음을 지켜주지 못한 이에게 빚만 지우고 가는구나

 

신앙인으로 살고자 한 벗이여

신앙과 문학과 그림을 더 함께했으면 좋았으련만

인견이불의 꽃과 나비만 무성하구나

인견은 그대의 마음결이니

인견이불로 그대의 몸을 따뜻하게 덮어주고 싶구나

 

2018.8.24.

44의 생

75의 방이 어둡기만 하니 애통하다

 

<2018.8.28. 김명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