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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시인의 시 <마지막 여름 장미>

솔랭코 2016. 10. 28. 09:17

다음은 월간문학 11월호(2016)에 게재된,
<서른, 잔치는 끝났다> 시집의 저자인
최영미 시인의 시 <마지막 여름 장미> 입니다.

마지막 여름 장미/최영미

길모퉁이에서 나는 보았지
먼지를 뒤집어쓴 장미 한 송이.
아, 어떻게 서울에...... 스마트폰이 점령한
젊음의 거리에 늦게 핀 여름 장미가
나, 여기 살아 있다고
내 발목을 붙잡고 

지금쯤 자취도 없이 사라진
어느 여름의 벼락같은 선물.
기억의 담벼락에 새겨진 희미한 이름이
꽃을 피우고 이파리를 흔들고,
흐린 하늘에 소나기가 내린다

네가 나의 마지막 여름 장미였지.
아니, 가을이었나?
내 품에 안긴
서른 송이의 장미꽃들은 어디로 갔나.

추억이여.
넌 어쩜 시들지도 않고
이렇게 아무 데서나 나타나
날 귀찮게 하니.

<월간문학 2016.11월호>